[사설] 미르재단의 정체가 정말 궁금하다

  • 등록 2016-10-13 오전 6:00:00

    수정 2016-10-13 오전 6:00:00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걷어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미르재단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212만원, K스포츠재단은 6942만원이다. 지난해 국내 임금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3281만원)에 비하면 2~3배 수준이다. 설립 배경도, 하는 일도 불명확한 의혹투성이 재단 직원들이 이처럼 고액 연봉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대기업에서 뜯어내 자기들끼리 돈 잔치하는 ‘신의 재단’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고액 연봉 논란 말고도 이들 두 재단과 관련된 의혹은 눈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 퇴임 대비용으로 재단 설립에 관여했으며, 고위층이 전경련에 모금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설립 절차나 기업들이 순식간에 800억원도 넘게 출연한 과정을 보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 돈을 모았다”는 박병원 경총회장의 발언이 아니라도 이들 재단을 바라보는 의혹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치 공세”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여당은 최씨와 차은택씨 등 미르재단 의혹 관련자의 국감 증인 채택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되레 느닷없이 정세균 국회의장 부인의 과소비 운운하며 현대백화점 사장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는 등 어깃장만 놓고 있다. ‘청와대 거수기’로서 대통령을 향한 여당의 막무가내 충정이 보기 안쓰럽다. 새누리당이 억지를 부릴수록 ‘권력형 비리’라는 심증만 더 커질 뿐이다.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자고나면 터져 나오는 의혹을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라며 무조건 일축할 일이 아니다. 의혹은 이미 적당히 덮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끔 진상을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여당도 의혹을 회피하면서 무조건 감싸고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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