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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2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 안에는 ‘재건축 성실 시공 약속’, ‘노원구 최고의 명품 아파트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 단지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47㎡형(옛 15평)은 일 년 새 8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개포주공2단지 등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시작된 5층 이하 저층 아파트 재건축 사업 열풍이 비강남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노원구 등 5400가구 재건축사업 잰걸음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 비강남권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저층 재건축 아파트는 19개 단지 5368가구다. 노원·용산·영등포구 등에서 사업이 활발하다. 강북에서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아파트는 상계주공8단지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지상 4층짜리 18개동 830가구(전용 31~47㎡)에서 지하 3층~지상 30층짜리 13개동 총 1062가구(전용 59~114㎡)의 새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시공사는 지난 5월 한화건설로 확정됐다.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47㎡형은 지난해 7월 2억 7500만원에 팔렸으나 지난달에는 3억 2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서는 같은 면적의 매물이 3억 5000만원에 팔려나갔다.
서울 도심권에서는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660가구)과 왕궁아파트(250가구)가, 서남권에서는 영등포구 신길동 남서울아파트(518가구)가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촌동 J부동산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청약 열기와 집값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재건축 사업을 서두르는 단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 구로(887가구)·광진(382가구)·서대문(372가구)·관악구(239가구) 등에서도 저층 단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 앞서 입지·개발 호재·사업 속도 따져봐야”
저층 재건축 단지는 대체로 대지지분이 넓고 용적률(전체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용적률 상향시 일반분양 가구 수가 늘어 사업성이 좋아지고 조합원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이미 기반시설이 대부분 갖춰진 곳에 들어서 있는데다 가격 역시 강남권보다 싼 편이다.
또 2018년부터 재건축 사업으로 얻는 이익이 너무 큰 경우 이익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는 만큼 사업 추진이 빠른 단지 중심으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조합원 한 가구당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이를 공제한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해야 하지만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사업 속도 여부”라며 “내년까지 사업승인(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받지 않은 단지에 투자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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