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마곡지구 숙원사업 '초고층빌딩 건설' 삼중고

고도제한 완화 제도적 기반 없어
사업성 떨어져 사업자 선정도 어려워
  • 등록 2016-08-09 오전 6:00:00

    수정 2016-08-09 오전 6:0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강서구의 숙원사업인 마곡지구 랜드마크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초고층 건물을 짓는데 걸림돌이 됐던 고도제한을 풀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실제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 사업자 선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강서구는 최근 SH공사에 마곡지구 특별계획구역(8만 2724㎡) 개발 기본구상안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강서구가 이 같이 요청 한 것은 마곡지구 개발의 핵심 단서인 고도제한 완화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고도제한 완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특구 개발 기본구상안이 확정돼버리면 향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강서구는 서울시가 마이스(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산업단지로 육성할 마곡지구에 초고층 빌딩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은 인근에 김포공항이 있어 강서구에는 높이 85m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 개정된 항공법이 시행되면서 건축물이 항공기의 비행 안전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건물의 높이를 올릴 수 있다. 강서구는 마곡지구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주변 지역의 가치 상승은 물론 고도제한 완화 구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초고층 빌딩 설립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고도제한을 완화해도 괜찮은지 판단할 ‘전문기관’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항공법 제82조는 고도제한 완화를 원하는 사업주체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 신청해 항공학적 검토를 거치도록 규정하는데 국토부는 해당 전문기관을 지정하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문기관을 지정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쯤 전문기관이 선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항공기의 비행 안전을 검토할 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는 국제기준에 따르겠다는 입장인데 국제기준을 정해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항공학적 검토기준과 전문기관이 준비된다고 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해 초고층 빌딩을 세울 사업자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건설이 사업자 선정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초고층 높이의 건물 건설은 상당한 비용을 수반해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강서구는 토지 소유자인 SH공사가 직접 초고층 빌딩 사업자로 나서주길 내심 바라고 있지만 SH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마이스(MICE)산업단지인 마곡지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초고층 건물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엑스·킨텍스 정도 높이의 건물은 현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35만명의 서명을 모아 국토부에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며 “토지주인 SH공사와도 지속적인 협력과 대화를 통해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는 오는 11월 국내외 항공 전문가를 초청해 ‘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 방안’에 대한 국제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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