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證 인수전 석패 KB금융, 윤종규 회장 비은행 강화 '고민'

[금융인사이드]'플랜 B' 가동…손보·캐피탈 지분늘려 비은행 부문 수익 40%까지 늘려 비중 확대
사장 공석 길어져 콘트롤타워 역할 흔들…증권·생보 '매물찾기' 이어질 듯
  • 등록 2015-12-24 오전 6:00:00

    수정 2015-12-24 오전 8:57:3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KB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잇단 고배를 마시면서 비은행 강화를 외쳐온 윤종규(사진) KB금융 회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가 절실한 KB금융은 올해 M&A시장 ‘최대어’인 대우증권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에 밀렸다.

KB금융과 윤 회장은 “이사회 논의를 바탕으로 대우증권 실사 결과와 앞으로의 시너지 등을 보고 인수 가격을 썼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이 더 큰 시너지를 보고 가격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며 자평했지만 인수후보군 가운데 자금력이나 명분에서 가장 탄탄했던 터라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일단 KB금융은 현재 계열사로 두고 있는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지분율을 늘려 수익을 확대한다는 ‘플랜B’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웠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23일 “KB손보와 KB캐피탈의 지분율을 점점 늘려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을 40%까지 늘려갈 계획”이라며 “이 지분율만 점차 늘리더라도 비은행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B금융의 손해보험과 캐피탈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33.29%, 52.0%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증권사와 생명보험사까지 확대해 ‘매물 찾기’에 나서기로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계속해서 적당한 증권사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손해보험, 생명보험까지 합한 복합점포 등을 확대해 대우증권 인수 명분이었던 자산관리(WM) 강화를 통한 ‘국민 재산 증식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다.

문제는 앞으로 KB가 대우증권만 한 매물을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쉬운 대로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대그룹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어 매각 일정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시장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생보사 인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매물로 나올 생보사를 찾기란 만만치 않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지배구조,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등이 고질적인 약점이라고 평가한다.

M&A 경쟁 막판에 가장 필요한 것이 ‘통 큰’ 베팅이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사회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했지만 윤 회장으로서는 금액 결정에서 고민이 컸을 거라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조4000억원, KB금융은 2조1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 것만 봐도 이를 방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도 사외이사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으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는 못 미쳤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우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할 수장으로 김옥찬 서울보증 사장을 전격적으로 영입했지만 서울보증 차기 사장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 준비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KB금융은 내년 ‘성장’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두고 은행의 지속적인 군살 빼기 등 기초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무리한 수익 증대를 통한 성장 전략을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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