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 한복판 옛 조선 황실 땅 경매 나왔다

  • 등록 2015-10-08 오전 5:45:30

    수정 2015-10-08 오전 7:31:16

고종황제 손자 땅, 아차산 일대 여의도공원 3배 규모

57년전 매입한 토지주 17년간 소유권 소송 치르기도

땅값 292억원 달해, 상속받은 후손 2억 빚에 경매行


△옛 조선 황실 땅이었지만 1958년 한 무역상에게 팔린 이후 17년간 소송에 휘말려 당시 사법 역사상 최장기간·최고가액 토지 반환소송의 주인공이 됐던 서울 광진구 중곡동 아차산 일대 임야. 선대 땅주인은 17년 소송 끝에 소유권을 되찾았지만 후대에 이르러 땅값의 1%도 안되는 빚으로 인해 경매에 넘겨졌다. [사진=국토지리정보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시가 290억원대의 옛 조선 황실 땅이 법원 경매시장에 나왔다.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여의도공원(22만 9539㎡)의 세 배가 넘는 규모의 큰 땅이 경매에 부쳐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 용마산과 아차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땅은 직전 주인이 국내 사법 역사상 최장 기간인 17년 소송 끝에 소유권을 되찾은 사연이 있다. 그러나 후손에게 상속된 지 몇 년도 안돼 땅값의 1% 미만인 약 2억원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겨졌다.

7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광진구 중곡동 143-127번지 일대 총 72만 4683.75㎡ 규모 임야가 오는 12월께 경매될 예정이다. 감정가는 291억 9240만원으로 정모씨 등 4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채권자인 황모씨가 2억 2500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했고 채권총액은 20억 3000만원으로 토지 감정가의 6.9%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땅이 높은 가격에 비해 개발 여건 등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선 낙찰 이후에도 말소되지 않고 토지 지분 일부(10%)를 넘겨야 하는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가 존재한다. 또 땅 위에는 고압선이 지나고 문화재 보호 및 자연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개발도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동부지법 측은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는 정리 절차를 밟고 있어 2~3달 안에 소멸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 땅은 전체가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고 고구려 유적지도 있어 문화재 보호법까지 적용받는다”며 “토지 자체의 투자 매력이 없어 유찰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록 활용 가치는 낮지만 원래 땅주인은 이 곳의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20년 가까이 재판에 매달렸다. 토지 등기부등본과 서울시·한국언론재단 자료 등을 보면 이 땅은 처음엔 조선 26대 임금인 고종황제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장남인 이건(1909~1990년)씨 소유 황실 토지였다. 그러나 1954년 이건씨가 일본으로 귀화하면서 지인인 이모(1973년 사망)씨에게 이 땅을 백지위임하고 명의신탁했다. 4년 뒤 이건씨는 일본을 오가며 무역업을 하던 정해성(당시 38세)씨에게 1000만환(7000만원 상당)을 받고 땅을 팔았고 명의신탁 해제 및 소유권등기이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받았던 이씨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1962년 정씨는 기나긴 소송을 시작해야 했다. 마침내 17년 후인 1979년 9월 대법원은 가치가 350억원으로 치솟은 이 땅의 주인을 정씨로 확정했다. 이는 당시까지 사법 역사상 최장기간·최고가액에 소송이었다.

정씨는 이 판결로 수백배의 시세차익을 얻어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소송이 십 수년 이어지면서 땅 일부(약 13만 9000㎡)가 매매됐고 그 곳에 500여가구(약 2000명)에 달하는 주민이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정씨가 땅의 소유권을 되찾자 여기 살던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정씨는 큰 결단을 내려 선의로 땅을 산 주민의 토지는 소유권을 포기했고 가치가 낮은 나머지 임야 부분만 돌려받게 됐다. 주민에게 돌려준 택지 가치는 전체 땅값(350억원)의 70%가 넘는 250억원에 달했다. 주민들은 정씨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나머지 임야를 개발 가능한 땅으로 변경해달라고 서울시에 여러 번 탄원서를 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씨는 이후 1980년대 서울의 땅 부자 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돌려받은 땅은 개발이 불가능하고 수익도 나지 않는 임야인 탓에 재산세만 수 억원씩 쌓여 어려움을 겪었다. 정씨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30년간 땅을 지켜냈고 2008년 6월 자녀 등 후손 4명에게 분할 상속했다. 그러나 정씨가 평생을 바친 이 땅은 결국 후대에 이르러 토지가치의 1%도 안되는 빚(토지 담보 부채) 때문에 남의 손에 넘어갈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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