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본격 출범한 페녹스 벤처캐피털(VC)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유석호(47)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사업을 하면서 ‘천당’과 ‘지옥’을 모두 맛봤다. 페녹스VC는 지난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두고 있으며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영중이다.
수원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마친 유 대표는 1990년대 초반 중국에서 여행업을 시작했다. 사업에 성공한 그는 회사를 매각하고 무역회사에서 국제적인 사업 감각을 키웠다.
1995년 귀국한 유 대표는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충격 흡수 테니스 라켓 특허를 획득한 후 ‘웨이브엑스’를 설립해 이듬해 국내 테니스 라켓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유 대표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기는 힘들었다. 부도위기에 몰린 그는 미국 회사에 유 대표가 보유한 특허권과 지분을 맞바꾼 뒤 미국 OTC(한국의 프리보드 개념)에 상장한 후 지분을 매각했다.
유 대표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와 같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아이템을 고민한 유 대표가 선보인 것이 세계 최초의 온라인 정보 전달 솔루션 ‘마이링커’다. 마이링커는 이용자가 이메일이나 홈페이지 접속을 하지 않아도 개인용 컴퓨터(PC) 바탕화면으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유 대표는 이후 대북 관련 사업에 관심을 쏟았다. 과거 국민정부부터 참여정부시절까지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 일경의 주요 주주였던 유 대표는 금강산 생수사업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서울우유, 롯데칠성과 함께 야심차게 금강산 생수사업을 펼쳤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큰 실패를 맛 본 유 대표는 2011년 일경의 경영권을 내려놨다. 그는 “사업이 능력과 열정만으로 안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대박 신화의 주인공에서 쪽박을 차게된 유 대표는 사업에 질릴 만도 했지만 꿈틀대는 사업 본능을 억누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대북사업 실패 후 여행을 다니면서 와신상담한 유 대표는 엔젤투자와 인큐베이팅(초기기업 육성)을 하는 쇼앤리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VC) 페녹스의 한국 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국내 스타트업 기업 육성 및 인수·합병(M&A)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유 대표는 ‘투자→회수’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VC업계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페녹스VC코리아는 올해 스타트업 기업들의 M&A 활성화를 위한 토대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유 대표는 “외국계 VC업계와 함께 M&A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단순히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방법으로만 M&A를 선택한 것으로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기업 창업자들이 기업 매각을 통해서 얻은 이익으로 새로운 투자자로 나서거나 다른 창의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생태계 선순환을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는 셈이다. 유 대표는 “단순 투자 및 회수를 주력하는 페녹스 본사에서도 우리의 사업모델에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유 대표는 최근 새로운 방식의 투자모델을 개발 중이다.
그는 “현재 해당 모델의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이 모델이 활성화되면 투자자는 투자 위험을 줄이고 스타트업 기업은 적정 수준의 투자를 받을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많은 지분을 양도하지 않아도 돼 경영권 안정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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