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 숫자 놀음할 시간 지났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이제는 공무원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 개혁으로 논의의 핵심이 넘어간 것 같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싸고 스텝이 꼬인 정치권을 향해 한 대학교수가 던진 말이다. 실제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두고 여야는 갈팡질팡했다.

상황이 복잡해진 것은 지난 3일부터다. 여야 대표가 2일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곧바로 정부와 청와대가 나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국민연금 50)’로 인상하는 안에 정면 반박하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불발됐다.

이때부터 정치권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가 지금 약간 정신 줄을 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자칫 잘못하면 국민에게 큰 재앙”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한발 더 나아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대로 처리되면) 보험료를 현재보다 두 배 더 내야한다”거나 “세대 간 도적질” 발언을 하면서 ‘국민연금 50’ 논란은 국민 머리 위에서 칼춤을 췄다.

애초 ‘국민연금 50’은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공적연금강화를 논의할 때 적용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러나 이 지침이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파행을 불러왔다.

급기야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은 “소득대체율 50%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여야 대표까지 나서 합의안을 도출한 마당에 다시 전문가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국민이 얼마나 이해해줄까.

넉 달 이상을 끌어오면서 온 나라를 들썩였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란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여야가 약속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한 5월 임시국회도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여야는 ‘빈손 국회’의 오명을 벗고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민생·경제관련 법안도 신경 써야 한다. 국민연금 숫자 놀음할 만큼 우리 경제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