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읽어주는 남자]‘먹튀에 총기판매도’ 중고나라는 사고나라

2003년 개설 회원 1364만명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장터
돈만 받고 도망가는 ‘먹튀' 빈발..콘서트표 위조판매도
저작권·총포법·관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기도
“너무 싼 물건 의심해야…직거래가 안전”
  • 등록 2015-05-25 오전 7:00:00

    수정 2015-05-25 오전 7:00:00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는 회원수가 1364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장터다. (사진 : 중고나라 홈페이지)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아시는지요? 이름처럼 누리꾼들이 중고품(신품도 더러 있습니다)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03년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장터입니다. 회원이 무려 1364만 명에 달하니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거래가 오갈지는 짐작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의 약 4분의 1이 모인 곳에서 사건사고가 없을 리 없지요. 19일을 기준 전국 법원에서 선고한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 관련 1·2심 판결은 3115건에 달합니다. 첫 판결은 약 9년 전인 2006년 9월22일 대전지법에서 나왔습니다.

돈만 받고 도망가는 ‘먹튀’…사기죄로 처벌

중고나라 사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역시 ‘사기’입니다. 물건을 판다고 글을 올린 뒤 구매 희망자로부터 돈을 받았으나 물건을 판매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을 경우는 모두 사기죄가 적용됩니다.

2010년 8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무려 206회에 걸쳐 네비게이션, 카메라 등을 판다고 중고나라에 글을 올려 3800만원을 챙긴 박모씨는 상습사기죄로 2011년 7월 징역 2년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박씨가 업무상횡령죄로 재판을 받는 중 범행을 저질렀고 사기횟수가 많으며 피해회복도 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중고나라 사기 피해품은 가전제품, 의류뿐 아니라 아이돌그룹의 콘서트 티켓도 적지 않습니다. 티켓이 매진돼 구할 수 없는 애타는 팬들의 마음을 악용, 웃돈까지 얹어서 대담하게 사기를 칩니다.

티켓을 직접 만드는 범죄자도 있습니다. 2013년 1월 빅뱅 콘서트 티켓이 일찌감치 동난 것을 안 김모씨는 자신이 직접 포토샵을 이용, 위조티켓 60장을 만들었고 이중 34장을 중고나라를 통해 팔았습니다. 김씨는 사기뿐 아니라 사문서위조, 사문서위조행사 혐의까지 함께 적용돼 서울서부지법에 기소됐고요.

◇ 중고나라에서 저작권법과 총포법 위반은 왜?


중고나라에서는 워낙 많은 종류의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저작권법·관세법·상표법 위반 등 생각지도 못한 사고도 많이 일어납니다.

짝사랑에 빠진 치킨집 종업원 임모씨는 2013년 10월 여자를 사로잡는 기술을 알려준다는 속칭 ‘픽업 아티스트’에게 전화 상담을 받았습니다. 임씨는 픽업 아티스트의 조언을 잊어버리지 않고자 녹음까지 해뒀고요.

하지만 짝사랑이 실패했던 걸까요, 본전이 생각났던 걸까요? 임씨는 상담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판다는 글을 중고나라 카페와 자신의 개인블로그에 올렸고 이를 보고 찾아온 구매자에게 이메일로 녹취파일을 보내줬습니다. 이를 알게 된 저작자 픽업 아티스트 진모씨는 임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 임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중고나라에서 팔거나 사지 말아야 할 물품을 팔다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 광저우에서 ‘짝퉁 명품’을 몰래 들여온 뒤 중고나라를 통해 1600만원 어치를 판매한 전모씨는 관세법위반과 상표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8년 9월 전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7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팔지 못해 집에 보관하고 있던 약 2700만원 상당의 가짜명품은 모두 압수당했고요.

전기공 박모씨는 2013년 2월 초 중고나라를 통해 산업용 화약식 타정총 1정을 구매한 뒤 소지하다가 그달 말 10만원에 팔았습니다. 하지만 산업용 총을 소지하고자 할 때는 이를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하고 또 총포는 허가된 사람만이 팔수 있습니다. 이를 모두 어긴 박씨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으로 벌금 3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이밖에도 직거래를 유도한 뒤 물건만 뺏고 달아나다 쫓아오는 판매자를 다치게 해 특수절도와 상해로 기소되거나 중고나라를 통해 분실폰을 매입하다가 상습장물 취득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습니다.

경찰관계자는 “다른 물품에 비해 현저히 싸거나 판매자가 거래를 서두르는 경우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며 “이 경우 ‘사이버캅’ 앱이나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사이트 등에 접속해 판매자의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조회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또 “원칙적으로 직거래가 가장 좋지만 어려울 경우 안전거래 등의 장치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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