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법, 드론 상업화 발목잡아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보안업체 ADT캡스는 지난달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보안 엑스포 2015’에서 드론을 활용한 미래형 보안서비스를 시연했다. 보안요원이 가기 힘든 위험하거나 외곽지역 순찰에 드론을 활용해 안정성과 편리성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ADT캡스의 미래형 보안서비스는 시연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무인항공기 드론의 상업화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국내 항공법이 드론 상업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항공법에 따르면 12kg 초과 150kg 이하 무인비행장치는 지방항공청에 기체를 신고해야 운항이 가능하다. 운항도 무인항공기조종자격증이 필요하다. 고도 150m 이내의 눈앞에 보이는 곳에서만 운항해야 하며 비행 시간도 주간으로 제한된다. 결국 상황실 안에서 드론을 이용해 야간순찰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12kg 이하 초소형무인기를 이용한다면 가능하지만 청와대 반경 8km 이내, 경기북부, 강원북부 등 일부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상업용 운항이 전면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된다.

항공법이 발달한 유럽의 경우 150kg 미만의 드론은 비행허가를 받지 않고도 운항할 수 있다. 1.5kg 이상 7kg 미만의 드론은 고도 150m, 조종사 반경 500m에서 운항이 가능하며 7kg 이상 150kg 미만 드론의 경우 고도 150m에서 500m 이상 가시거리 외 지역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호주도 100g 초과 150kg 이하 드론은 특별한 자격 증명 없이 고도 120m 이하 공역에서 거리 제한 없이 운항이 가능하다. 공항 인근 5km 이내와 인구밀집지역, 야간비행만 비행승인을 받으면 된다.

일본은 최근 드론 상업화를 위한 항공법 개정에 들어갔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고도 150m 이내에서만 운항할 수 있는 규제를 풀고 상황과 장소에 따라 유연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국내 항공법이 다른 나라와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항공법 개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국방부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항공법 개정에 대해)국방부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드론산업 발전을 위해 조속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송용규 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는 “세계적으로 드론 산업 육성 움직이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항공법은 관련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예컨대 운항거리 제한을 기존 가시거리가 아닌 1㎞ 이내로 완화하는 등 상업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론관련 항공법 비교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