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성여대는 1920년 독립운동가이자 교사인 차미리사 여사에 의해 설립됐다. 이 후 △근화여학교 △근화여자실업학교 △덕성학원 △덕성여자초급대학 △덕성여대로 시대에 따라 교명을 달리해 왔지만 95년 동안 ‘여대’란 정체성을 바꾼 적은 없었다.
이 총장의 남녀공학 추진은 여대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원복 덕성여대 신임 총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을 통해 “성(性)을 뛰어넘는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직시해 남녀공학으로의 변화를 검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대 취업률 40%…위기론 불거져
덕성여대는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률에서 45.5%를 기록하며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는 교육부가 교육지표가 낮은 대학에는 국고 지원을 차단하겠다며 2011년부터 지정해 온 것이다. 덕성여대가 여기에 포함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당시 서울의 또 다른 여대도 하위권으로 평가돼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될 위기를 맞았지만, 교육부에 정원감축을 약속, 명단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실제로 서울소재 6개 여대의 지난해 취업률은 모두 50% 미만을 기록했다. 숙명여대가 48.3%로 그 중 가장 높았으며 △이화여대 47.5% △성신여대 46.7% △서울여대 46.3% △덕성여대 45.5% △동덕여대 42.5% 순이다. 전체 4년제 대학의 평균(54.8%)보다도 많게는 12%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입학성적도 과거보다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과거에는 여대 최상위권 대학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과 경쟁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입학성적이 낮아져 경쟁이 안 된다”며 “경쟁의식을 갖고 특화된 학과를 키우려는 노력이 여대에는 없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녀공학 전환 확산 여부는 미지수
하지만 덕성여대를 시작으로 ‘남녀공학 전환’이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여자대학만이 갖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손병규 숙명여대 기획처장은 “남녀공학의 경우 동아리나 소모임의 리더를 남학생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대학은 모든 모임에서 리더가 여학생”이라며 “대학 재학 중 리더를 경험해본다는 점이 여대를 다니는 장점 중 하나다. 현재로서는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특정 학문분야에서 여대가 강점을 갖는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여학생들이 가진 특성상 어학이나 디자인, 패션 등의 분야는 여대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라며 “이런 점을 잘 살린다면 ‘여대’란 정체성을 유지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전국의 7개 여대가 협의체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상호간 교육과정을 교류하는 등 여대의 강점은 끌어올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다.
여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화여대가 2016학년도부터 신산업융합대학을 신설하고 숙명여대가 공과대학을 설립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서울여대도 경영·경제·정보기술 분야의 연계전공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손병규 처장은 “여성 리더 양성이란 설립목적을 견지하면서 내실화된 교육으로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