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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기둥 전체가 스틸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사진 속에는 고깔모자를 쓴 꼬마의 생일축하 파티, 여름 휴가지에서의 바비큐 식사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복한 사람들의 표정이 담겨 있다. 이동용 작가의 설치작품 ‘아버지’다. 사진 속 인물은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빠들이 찍은 가족사진이라는 점이다.
부자관계처럼 보이는 어른과 아이가 야트막한 언덕을 사륜구동 자동차로 계속 오르려 한다. 미끄러지기가 일쑤지만 마침내 굉음을 내며 언덕을 오른다. 차 안에 있던 어른과 아이는 환호하며 ‘사내들만의 웃음’을 주고받는다. 야엘 바타나의 영상 ‘언덕의 왕들’은 자동차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남자들의 세계를 담았다.
출발은 ‘페미니즘’이다. 여성성은 페미니즘을 통해 여러 담론으로 발전하며 미술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에 반해 남성성은 ‘마초’ ‘가부장’ 등 단편적으로 거론했을 뿐 미술계에 생산적인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성적인 존재로서의 남성성보다는 사회·정치적인 존재로서의 남성성에 주목해보자는 기획이 만들어진 것. 덕분에 전시는 이른바 남성의 색슈얼리티를 다루는 작품보다는 사회적 관계 안에서 남성이 어떤 역할을 하고 고민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의 레바논관 작가였던 아크람 자타리는 1970년대 레바논의 한 사진관에서 사진을 수집했다. ‘게바트 광고사진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소년’이란 제목으로 전시한 작품에는 비키니 차림의 여배우의 실물크기 사진을 여러 방향에서 껴안아 보는 소년들이 담겨 있다. 공공장소에서 남녀의 신체접촉을 터부시하던 중동사회에서 소년들은 사진관의 여배우 사진을 통해서나마 이성적인 호기심을 해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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