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말 한국에 관광 온 대만인 첸(남·36)과 린(여·35)씨. 그들은 영등포역 지하상가에서 검은색 겨울 점퍼를 약 20만원에 샀다. 두 사람은 당일 동일한 제품이 인터넷쇼핑몰에서 3만원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가격 표시도 없이 제품을 판매한 가게 주인에게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이 이를 거부해 고성이 오가는 입씨름을 벌여야 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바가지요금 등 악습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불편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며 ‘안심 관광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방한 외래인 입국자 수는 2009년 780만명에서 2010년 880만명, 2011년 980만명, 2012년 1114만명, 지난해 1218만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불편신고 접수 건수는 881건으로 2년 전인 2011년(724건)보다 약 21.7%(157건) 급증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월부터 현장 관광불편처리센터(원스톱 서비스) 운영 및 외국인 관광객 부당요금 피해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피해 접수 32건, 보상 1건에 그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특히 민원이 몰리는 교통과 쇼핑 문제는 관리 부서가 각기 다르다는 이유로 종합적인 실태 파악조차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홍보 부족이나 외국인 관광객의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신고 및 보상 건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점상에서 이뤄지는 무리한 호객 행위 및 바가지요금도 심각한 문제인데 노점 자체가 불법이다보니 가격표시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현재 외국인 관광객 보호 대책이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택시나 콜밴 등의 부당 요금 청구 단속이나 상품의 가격표시제 등은 다른 부서에서 관리·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실태 조사나 단속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