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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조진영 수습기자] “사람 죽은거 신경쓸 겨를이 어딨어.우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만 수천명인데 …”
지난 11일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 만난 하청업체 직원 김씨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공사장은 떠들썩했던 인명 사고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현장은 또다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불과 사흘전(8일) 이 공사 현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검사 작업을 하던 중 황모씨(30)가 높은 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간 배관 뚜껑(캡)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사고 있던 날도 그쪽만 빼곤 공사 계속 했는데 뭘. 이봐. 이렇게 큰 현장에서는 한 두사람 죽는다고 분위기 안 달라져.” 김씨는 담배를 한대 피워물으며 말했다.
공사 현장 입구 앞은 김씨처럼 담배를 피우는 인부들로 연기가 자욱했다.
흡연구역에 모인 인부들의 안전모에는 형광색 스티커가 붙어있다. 스티커에는 ‘최고의 현장에서 최상의 안전 실현’이라는 표어와 함께 병원 이름과 연락처가 또렷하게 적혀 있다. 만약 사고가 나면 자신이 후송될 병원이다.
한참 출근 인파로 붐비는 시간이지만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인근에는 현장 관계자들 외에 외부인은 보이지 않았다. 불과 사흘전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공사장 분위기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차분하고 조용했다.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김성준(42)씨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안전요원들이 사다리 펴는 것도 위험하다고 아시바(발판)를 세운 뒤 일하라고 해서 죽겠어. 실제로 일하는 시간보다 이거(아시바) 설치하고 해체하는데 품이 더 드는게 말이 되냐고. 이렇게 철저한 현장에서 도대체 왜 사고가 나는지 정말 이해가 안돼. 희한한 일이지.”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자 롯데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제2롯데월드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 관계자는 “하루 7000명 정도가 일하는 대규모 공사 현장이라 안전에 더욱 각별하게 신경쓰고 있다”며 “사망사고가 또 일어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현장의 산업재해율은 평균의 10분의 1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근 석촌호수를 산책하던 시민들은 제2롯데월드를 보며 한 마디씩 내뱉었다. “사람이또 죽었다며 …”
회사 창문 밖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이 보인다는 김승범씨(35)는 “솔직히 서울 도심 한가운데 이만한 건물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버스 정류장이 바뀌어서 출근할 때 불편하다”고 말했다.
전직 파일럿 출신이라고 밝힌 장영민(58) 씨는 “이 건물은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활주로 각도는 조금 틀었지만 조종사에게는 위험부담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검찰과 경찰, 노동청은 최근 일어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을 점검했다. 검찰 관계자는 “점검 결과 사고 현장 보존상태·안전관리 시설물의 상태 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점검에서 롯데건설 측은 현재 운영 중인 안전감시단을 160명에서 3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