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중간선거 후폭풍에 낙마한 네오콘 볼튼

대북 강경노선 주도..거친 입으로 여러차례 구설수
  • 등록 2006-12-05 오전 6:24:10

    수정 2006-12-05 오전 6:30:31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존 볼튼 유엔 대사(58)가 결국 물러났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안팎의 거센 압력에 굴복, 4일 볼튼 대사에 대한 상원 인준 요청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간선거 패배 직후 네오콘의 거두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사퇴한 이어 부시의 복심 볼튼마저 낙마함에 따라 미국 네오콘의 퇴조 속도가 빨라지고, 부시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도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얀 콧수염으로 더 유명한 볼튼은 반 북한-반 유엔, 친 이스라엘-친 대만의 성향을 지닌 극우 강경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8월 취임 후 16개월 만에 유엔 대사에서 낙마한 볼튼의 등장은 퇴장 못지않게 드라마틱했다.

작년 여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등 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나오는 유엔을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품고, 줄곧 유엔 무용론을 주창해 온 볼튼을 유엔 대사로 지명했다. 볼튼은 과거 `유엔 같은 건 없다`, `유엔 본부 건물 몇 층을 없애버려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런 인물을 유엔 대사로 지명하자 당연히 민주당은 반발했다. 공화당 내 일각에서도 그가 유엔 대사로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부시는 작년 8월 의회 휴회 기간을 틈타 대통령 직권으로 전격 볼튼을 유엔 대사로 임명했다.

1948년 유엔 창설 후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없이 직권으로 유엔 대사를 임명한 것은 사상 최초였다. 격렬한 반발이 뒤따랐으나 부시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유엔 대사가 된 볼튼은 본격적으로 일방적인 강경 외교 드라이브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실제 한국인에게 볼튼은 대북 초 강경론자로 매우 유명하다. 그는 국무차관 재직 중 미사일을 실은 북한 선박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 해상 검문을 통해 막는다는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도입했다. 때문에 외교관들 사이에서 그는 `PSI의 아버지`로 통한다.

지난 2003년 북핵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볼튼은 김정일 위원장을 `폭군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자 대표단에서 빠진 전력도 있다. 북한에 대한 이런 입장은 그가 유엔 대사로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선도하게 만든 동력으로도 작용했다.

볼튼은 이란, 시리아, 쿠바 등 미국과 적대적인 기타 정권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유엔 대사로서 그는 북한 외에도 이란과 미얀마에 대해서도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네오콘의 핵심 인물로 군림했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 외교 기조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부시의 복심인 그도 중간선거 패배의 후폭풍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11월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나고, 선거 직후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사퇴하면서부터 미국 정가에서는 볼튼의 사임도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연일 볼튼의 인준을 거부하겠다고 강조하며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도 날로 높아지는 정치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볼튼 카드를 접었다. 최악의 지지율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면 국정운영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태인인 볼튼은 1948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예일대를 우등으로 졸업했고 예일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 졸업 후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레이건 정권 때 공화당 각료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아버지 부시 정권에서 법무부, 국무부 등에서 차관보급으로 일해왔으며 부시 1기 정권인 지난 2001년 5월부터 국무부의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 일했다.

볼튼은 한때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수석 부소장으로 재직한 적도 있다. 당시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AEI 연구원과 함께 김정일 체제 붕괴 시나리오를 골자로 한 `북한의 종말`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국무차관 재직 시절 그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묻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 책을 던져 주며 "이것이 우리의 정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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