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원高’ 10대그룹 CEO에 묻다

“사방이 온통 惡材… 기업들 한계상황 몰린다”
유가 90달러… 환율 900원대 초반까지 각오
경비절감등 기본대책외엔 “될대로 되라 심정”
  • 등록 2006-04-26 오전 7:22:52

    수정 2006-04-26 오전 7:22:52

[조선일보 제공] 한국 경제가 정말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고, 환율은 바닥을 모르게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5월이면 본격적인 노사 분규가 시작된다. 현대차 수사를 포함, 검찰이나 국세청에서 일제히 경영 투명성에 대한 수사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 기업들은 사회공헌이나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반(半)강제적으로 지갑을 열어야 할 형편이다.

본지 산업부가 25일 국내 10대 그룹의 간판급 CEO(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환율·유가의 전망과 경영환경에 대한 긴급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대내외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암담한 환율과 유가 전망=10대 그룹 CEO들은 향후 환율과 유가에 대해 ‘안개 속을 헤쳐가는 기분’이라고 대답했다. 환율은 계속 내려가고 유가는 더욱 올라가겠지만, 그 속도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헌철 SK(주) 사장은 “유가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른다”고 답했다. 신 사장은 “이란 핵문제나 나이지리아 정정(政情)불안은 단기에 해결되지 않으며, 원유시장의 투기자본도 쉽게 이탈하지 않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남영선 한화(주) 사장은 초단기적으로 유가가 9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보았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고유가 추세가 2~3년간 지속된다고 전망했다.

최재국 현대차 사장은 “환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9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전망”이라며 “유가도 60~80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무전문가인 권영수 LG전자 사장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약세 기조가 굳어지면서 원화도 추가적인 절상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환율을 연평균 940원대로 예상했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뾰쪽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기업인들은 검찰수사와 세무조사는 물론 사회공헌을 하라는 압력도 느끼고 있다. 여기다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으며, 강성 노조의 분규 가능성에도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한마디로 ‘될 대로 돼라’는 것이 기업인들의 마음이다.

그나마 대책이라고 내놓을 수 있는 것으로는 유로화(貨) 결제 확대 및 외화예금 축소(현대차·LG전자), 에너지 및 경비절감(금호아시아나그룹·한화), 환(換)관리 전문인력 확보 및 환위험 노출이 많은 제품에 대한 선별적 관리(롯데), 연료전지 등 미래 에너지 개발(GS칼텍스),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현대중공업) 등이 고작이다.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은 “이번 위기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초에 정한 사업계획을 당장 수정하겠다는 기업은 의외로 적었다. 삼성그룹, 현대차 등 대부분이 조금 더 상황을 봐서 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GS칼텍스는 매월 비상계획을 수립하여 대처하고, 현대중공업은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별도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나아질 것 같아서 수정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수정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원화 절상이 너무 빨라 큰일=25일 한국무역협회가 업종별 단체 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기업인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큰일났다’며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원화 절상 속도가 너무 빨라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거나 “수출 물량은 늘어났으나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 금액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박양우 기계산업진흥회 부회장은 “작년에 30%씩 증가하던 일반기계류 수출이 올 1~2월엔 20% 증가에 머물렀고, 환율하락으로 3월에는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심윤수 철강협회 부회장은 “올 1분기는 물량기준으로 수출이 8.2% 증가했으나 환율하락으로 금액은 오히려 5% 하락했다”면서 “환율하락으로 중국산 자재비가 국내 자재비보다 더욱 낮아 국내 소재산업의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홍섭기자 hschoi@chosun.com
최유식기자 finder@chosun.com
방성수기자 ssb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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