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같은 돈 떼먹는 어글리코리언

강제추방 위기 중국동포 20% 체불 임금 해결 호소
  • 등록 2003-11-19 오전 7:39:14

    수정 2003-11-19 오전 7:39:14

[조선일보 제공] “밀린 임금 1200만원을 주질않습니다. 그동안 사장에게 달라고 재촉해왔는데, 15일부터는 통화가 안돼요. 강제추방 당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동포 출신 방수기술자 허모(54)씨. “4년전 월급 두달치 300만원을 아직까지 못 받고 있습니다. 사장은 그동안 ‘조금만 기다려라, 꼭 준다’고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아예 전화도 안 받아요.” -건설노동자 김광남(62)씨. 지난 17일 외국인 노동자 강제추방에 반대해 200여명의 재중국동포가 단식농성중인 서울 구로동 조선족교회. 3층 예배당에 모인 이들은 앞다퉈 억울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이 곳에 모인 263명 중 54명이 임금을 체불당했다고 하며 피같은 돈을 떼먹은 ‘어글리 코리언’을 성토했다. 지난 1994년 경북 영주에 사는 큰아버지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중국동포 이모(37)씨는 7년 전부터 가정부로 일해온 집이 부도가 나면서 1년치 임금 1300만원을 못받고 있다. 현재 조선족 교회에서 단식 중인 이씨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1년 전부터 월급 대신 생활비로 10만~20만원씩 주면서 ‘형편이 좋아지면 한꺼번에 주겠다’고 말해왔다”면서 “정에 못이겨 한달 두달 미루다보니 1년까지 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9년 전 네살짜리 아들을 중국에 두고 와 아들 생각도 나 주인집 아이들을 정성껏 돌봤다”며 “밀린 월급을 못받으면 돌아갈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5년째 불법 체류중인 강미화(49)씨도 사연은 비슷했다. 그녀는 지난 4월 서울 신림동의 한 중국음식집에서 일한 두 달치 임금 220만원을 못받은 상태. 당시 사장은 강씨에게 “장사가 안 되니 그만둬야 겠다”고 말하며 ‘월급은 4월 28일까지 통장에 입금시키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줬다고 한다. 강씨는 “사장이 지금껏 ‘매주 10만원씩이라도 갚겠다’고 말해오고 있지만 10원 한푼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강씨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13일에는 불법 체류자 단속 탓에 새로 옮겨 일하고 있는 중국음식집도 그만둬야 했다”며 “이제는 밖에 돌아다니기가 무서워 직접 돈을 받으러 갈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선족교회 인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외국인노동자의 집’에도 비슷한 사연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작년 3월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중국인 장모(36)씨는 지난 4월 중순까지 충남 부여에서 일하다 현장을 이탈하면서 130만원을 받지 못했다. 장씨는 “중국에서 연수생을 뽑을 때는 다리 건축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고 했는데 와보니 달랐다”면서 그는 “일을 할 때 목이 말라 물을 좀 달라고 했더니 주지 않았다. 점심 먹을 때도 물을 안 주길래 항의했더니 현장 감독관이 ‘일하기 싫으면 중국으로 가라’고 욕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차마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일까지 했는데 비행기에 강제로 밀어넣는다면 그대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울먹였다. 불법 체류자로 낙인 찍힌 이들 중에는 임금을 받지 못했거나 산업재해를 당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조선족교회 1층에는 임금체불·산업재해 상담소가 마련돼 이들의 딱한 사연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1999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중국동포 이모(35)씨는 작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밀린 돈 200만원을 받지 못한 채 강제 출국 당할 위기에 놓였다. 200만원이면 중국에서 초등학교 교감의 20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 이씨는 “이달 말까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받아 나가려고 상담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소에서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는 이상배씨는 “이씨가 다닌 회사의 산업 연수생 담당자와 그가 일했던 건설회사 하청업자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이달 말까지 해결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노동부 퇴직자 모임’의 신현호 회장은 “조선족교회 내 상담소가 문을 연 2000년 5월부터 2003년 8월까지 노동부에 진정한 2290건 중 1000건 정도가 해결돼 체불임금 14억여원과 산재 보상금 23억여원을 되찾아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가정부나 목욕탕 때밀이 등은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아 민사 소송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요르그 바르트 목사는 “지난 3년간 서울의 구로와 경기도의 광주·안산 등 3개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 접수된 상담 중에서 임금체불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다”며 “2001년 전체 상담의 46%에 이어 2002년에는 57.3%, 2003년 9월 30일까지 62.1%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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