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뉴욕] 어제의 폭락세를 극복하고자 한 뉴욕증시의 노력이 장막판 매물출회로 무산되고 말았다. 어제 연준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이어 오늘은 일본, 영국, 스위스 등의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인하를 단행, 뉴욕증시가 원군을 얻는 듯 했지만 장막판 지수들이 일제히 밀렸다. 테러에 이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기업들의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낙폭이 크지 않았던 점이 위안이 됐다.
18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개장초부터 강세를 보이면서 오전장에는 한때 지수 1600선을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플러스권역을 유지했지만 장막판 다시 마이너스로 밀리고 말았다. 지수는 어제보다 1.55%, 24.47포인트 하락한 1555.08포인트(이하 잠정치)로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지수도 개장초 보합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상승쪽으로 가닥을 잡은 후 오후들어서는 지수 9000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역시 장막판에 출회된 매물을 견디지는 못했다. 지수는 어제보다 0.19%, 17.30포인트 하락한 8903.40포인트를 기록했다.
대형주위주의 S&P500지수도 어제보다 0.58%, 6.03포인트 하락한 1032.74포인트를, 소형주중심의 러셀2000지수 역시 어제보다 1.46%, 6.09포인트 하락한 411.58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거래량은 유태인 휴일인 관계로 뉴욕증권거래소가 19억2천7백만주, 나스닥시장이 18억4천3백만주로 사상최대의 거래를 기록했던 어제보다는 다소 줄었고, 상승 대 하락종목은 뉴욕증권거래소가 11대19, 나스닥시장이 13대23으로 하락종목이 크게 많았던 점이 불만스러웠다.
오후장 중반까지만해도 장세는 긍정적이었다. 어제에 이어 애국심에 불타는 개인들의 시장참여가 이어졌고 기관들의 매물도 다소 진정되는 듯했다. 여기다 일본과 영국, 스위스 등의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인하한 것도 측면지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그러나 펀더맨털 차원에서의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테러이후의 전쟁위기감 고조와 더불어 테러 자체의 경제적 충격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장막판 매물출회로 표현됐다. 다만 어제의 폭락세가 진정됐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았고 장막판 일중최저치 수준을 일제히 벗어난 점도 긍정적이었다.
오늘 아침 발표된 8월중 소비자물가지수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미 노동부는 8월중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에 비해 0.1% 올라 전문가들의 예상인 0.2%보다 상승폭이 낮았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 음식료 등을 제외한 코어지수는 0.2%로 예상과 일치했다고 발표했지만 증시에의 영향은 거의 없었다. 현 상황에서 테러 발생이전의 경제지표 발표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심장부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테러공격이 있은 이후 경기민감주보다는 경기방어주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어제만해도 가급적 업종 및 종목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던 애널리스트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먼저 프루덴셜증권은 제약주들에 대해, 그리고 살러먼스미스바니는 크래프트 등 음식료업종에 대해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해 경기방어주들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기업들의 자사주매입계획 발표도 이어졌다. 휴렛패커드는 당초 컴팩컴퓨터 인수발표로 연기했던 18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매입을 다시 진행한다고 밝혔고 통신용 칩메이커인 AMCC도 2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다.
업종별로는 개장초 강세를 보이던 대부분의 기술주들이 약세로 돌아섰고 특히 반도체주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인터넷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기술주 외에는 은행, 화학, 제지, 금, 유통주들이 강세였지만 어제 폭락장세에서 선전했던 헬스캐어, 바이오테크, 제약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또 증권, 유틸리티, 천연가스, 석유관련주들도 약세였다.
어제 40% 이상 폭락했던 항공주들은 오늘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어제보다 6.31% 하락했고 아멕스 네트워킹지수도 1.46% 떨어졌다. 골드만삭스 인터넷지수는 2.25%, 소프트웨어지수도 3.08% 하락했다. 나스닥시장의 빅3중에서 텔레콤지수가 1.27%, 컴퓨터지수도 1.19% 하락했고 바이오테크지수는 낙폭이 커 5.19% 하락했다. 금융주들은 혼조세를 보여 필라델피아 은행지수가 0.24% 올랐지만 아멕스 증권지수는 1.95% 하락했다. 어제 폭락했던 아멕스 항공지수는 2.05% 반등했다.
바이오테크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프레이시스 파머수티컬에 대해 CS퍼스트 보스턴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 프레이시스 주가가 26%나 폭락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주들의 폭락은 13%나 하락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주도했다. 그러나 인텔과 특허권을 상호승인한 램버스는 모건스탠리 딘위터가 투자등급을 상향조정, 주가가 16.69%나 급등했다.
나스닥시장의 거래량 상위종목중에서는 CS퍼스트 보스턴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한 오러클이 오히려 반등, 3.36% 올랐고 엑소더스 커뮤니케이션이 5.45%, 마이크로소프트 2.66%, 그리고 월드컴이 0.99% 상승했다. 반면, 시스코가 3.07% 하락한 것을 비롯, 인텔 0.51%, 선마이크로시스템 6.29%, 델컴퓨터 4.40%,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9.63%, 프라이스닷컴 21.93%, JDS유니페이스 8.55%, 그리고 암젠도 2.42% 하락했다.
오러클은 어제 장마감후 이번 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과 일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다음 분기는 불투명하다고 밝혔고 CS퍼스트 보스턴은 오러클에 대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어제보다 3.36% 올랐다.
바이오테크 자이언트인 이뮤넥스는 오는 목요일 장마감후부터 필립스 페트롤륨에 인수합병된 토스코 대신 S&P500지수에 편입될 예정이어서 주가가 5.56% 상승했고, 암젠은 자사가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인가를 받았다는 호재가 있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어제보다 2.42%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 편입종목인 어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어제 장마감후 테러 후유증으로 인해 3/4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못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데 이어 오늘 아침에는 JP모건이 어메리칸 익스프레스에 대해 투자등급과 실적추정치를 하향조정, 주가가 9.49% 폭락하면서 다우존스지수를 끌어내렸다. 또 하니웰은 테러에 따른 실적악화 경고를 내놓아 주가가 3.36% 하락했다.
반면 어제 폭락했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는 SG코웬이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3.31% 올랐고 AT&T, IBM, 월마트, SBC커뮤니케이션도 3% 이상씩 상승했다. 이밖에 캐터필러, 듀퐁, 마이크로소프트, 휴랫패커드, 홈디포, 머크 등도 지수반등 시도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