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 이상이 현재 정부 재정의 건전성 등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과 사회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해 고령화 등 향후 구조적인 변화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봤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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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최근 ‘재정 지속가능성과 재정운용 방향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보고서를 공개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실시된 이 조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재정의 지속가능성 및 국가채무 인식, 정부의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의견 조사가 진행됐다.
인식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인 65%는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지속가능성 인식’에 대해 위험하다고 보고 있었다. ‘늘어나는 국가 채무가 장기적으로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에 동의한 이들의 비율은 83.7%까지 올랐다. 국가 채무가 늘어날 경우 재정 악화는 물론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료 부담이 커져 직접적인 개인의 생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셈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3000명의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7.3%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위해서는 조세부담을 높이는 것에 반대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조세부담률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63.7%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녀가 없는 경우 조세 부담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38.8%에 그쳐 자녀가 있는 경우(45%)보다 낮았다.
자녀와 같은 미래 세대에 대한 우려에 고령화·저출생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근간에 있는 만큼 응답자들은 장기적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는 분야 1순위로는 보건·복지·고용(25.7%)을 꼽았다. 이는 성별과 관계 없이 1순위인 것은 물론, 20대부터 6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는 분야 1순위는 일반 및 지방행정이 차지했다.
조세연은 국가 채무와 재정에 대한 우려에 비해, 직접적인 국가 수입 확대이자 재정 지출에 필요한 방안으로서의 증세에는 반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조세연은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우려 수준은 높으나, 사회보험 등은 국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며, 추가 부담을 통한 수입확충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봤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가장 먼저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세 세목 1순위는 법인세로 꼽았다. 연령대별로 개별소비세를 1순위로 꼽은 6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이 공감했다. 다만 해당 보고서를 집필한 고창수 조세연 재정전망팀장은 “증세에 찬성하는 이들이 곧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높게 본다고 직접적으로 연관지을 수는 없다”면서 “현행 세율과 직접·간접 부담 여부 등을 인식하는 수준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연은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는 대국민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세연은 “일반 재정은 물론, 사회보험 재정의 중장기적 가능성에 대해 진단적인 평가를 시행하고,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적절히 홍보돼야 한다”며 “중장기 재정 전망과 추계, 그에 따른 정책적 시사점이 적절히 전달되고 있는지 살펴볼 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