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횡재세, 취지 좋다 해도 시장 경제 훼손 경계해야

  • 등록 2023-11-01 오전 5:00:00

    수정 2023-11-01 오전 5:00:00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애써 번 돈을 대출원리금 상환에 쏟아붓는 현실과 관련, “은행의 종노릇하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그제 민생 과제 해결을 위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윤 대통령이 신속 해결을 지시한 과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차등화, 중대재해법 보완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역점을 둔 내용은 고금리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강하게 비판한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진 데다 금융 당국이 은행 횡재세를 검토 중인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장사 실적을 들여다 보면 대통령의 한숨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이자 이익은 2020년 41조 2000억원에서 올해 58조 8000억원으로 42.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자자산 운용 수익률에서 이자 지불 비용을 뺀 순이자마진은 2020년 1.42%에서 2022년 1.62%로 확대된 데 이어 올 상반기 1.68%를 찍었다. 코로나19와 그 뒤를 이은 경기 침체로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난데다 세계적 고금리 추세를 타고 은행권의 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이자 장사로 금고를 불린 은행들이 해마다 과도한 성과급 잔치와 명예퇴직금 퍼주기로 따가운 비판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횡재세 도입은 따져봐야 할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 그렇다. 은행들의 모기업인 금융지주가 상장사라는 점에서 이중 과세나 재산권 침해 등의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초과 이익에 대해 추가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추후 초과 손실을 볼 때 이를 보전해줘야 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면밀한 사전 협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국회에는 현재 횡재세 관련 법안들이 야당 발의로 기획재정·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은행 수익의 일부를 서민금융진흥원에 부담금으로 출연하는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달라야 한다. 유권자를 의식해 반시장경제 색채가 짙은 제도를 고집할 수 있는 야당에 비해 보다 균형잡힌 법안을 금융 당국은 고민해야 한다. 취지가 좋다 해도 경제 주체들의 자율적 의사를 무시하고 시장 경제를 위협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책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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