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권을 비롯해 지역 의료 시스템의 붕괴 위기 이면에는 젊은 의사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모든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사법당국이 무조건 처벌하려고 하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특정과목의 기피·쏠림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 5월 제24대 충남대학교병원 병원장으로 취임한 조강희(61) 병원장은 5일 충남대병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의료계의 문제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병원장은 “충남대병원만 하더라도 38개의 임상과에 비임상과까지 포함하면 모두 40여개가 넘는다. 의대 졸업 후 젊은 의사들은 이 중 한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고민들을 하게 된다”면서 “경제적 요인도 고려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선택 요인은 ‘리스크(Risk) 관리’로 위험이 낮은 과목만 선택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앞으로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필수 의료 과목 중 의료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과목은 소아과와 응급의학과, 외과 등으로 이대 목동병원의 사례처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의료진은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응급의학과도 비슷한 경우로 주취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결국 폭행으로 고소·고발당하는 것이 현실이며,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공론화와 법·제도적 정비, 배려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처벌받는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인 충남대병원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지난 7월 1000병상 규모의 새로운 암병원 설립을 추진하기 위한 발대식을 가졌다. 우리나라 신규 암 환자의 경우 수도권 진료비중이 78%에 달하는 반면 대전의 암 환자 자체 충족률은 2009년 78.7%에서 2020년 65.9%까지 감소했다”며 “대전·세종·충남지역 소아청소년 암환자의 70% 이상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등 지역간 의료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고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병원장은 “이는 환자들의 불편과 함께 경제적 부담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충남대병원의 대전지역암센터 시설로는 완결적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지역거점인 충남대병원이 최신 시설을 갖춘 대규모 암병원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앞으로 자체 재원을 비롯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완결성을 해결하기 위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암병원을 단순히 진료센터로만 구축하는 것이 아닌 연구·교육 중심 플랫폼으로 만들고 관련 기능을 강화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병원장은 “당분간 경영 안정화에 중점을 두겠지만 거점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서 해야 될 일들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암병원 설립의 당위성을 거듭 밝혔다.
조강희 병원장은
△1962년 대전 출생 △대전고 △충남대 의과대학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 △충남대병원 재활의학과장 △대한임상통증학회 이사장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충남대병원 제24대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