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폭증의 주범은 수출이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16.6%나 격감하며 맥을 못추고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44.5%)이 나다시피 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올해 수출은 당초부터 순탄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 정도가 예상을 뛰어 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4%)와 산업연구원(-3.1%) 등 국내 수출 전망기관들은 대체로 3~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난달 감소폭은 전망치의 4~5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무역수지가 1년 가까이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수출 부진의 근본 원인을 경쟁력 위기에서 찾지 않고 외부 탓으로 돌린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는 올들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저성장·고물가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미 위기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집권 10개월째를 맞았음에도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기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무능과 안이한 자세로 적기 대응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 처방을 서둘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