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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9년 1월 경기 구리시에서 채팅 어플을 통해 알게 된 B씨를 만나 “내가 예전에 국가대표 감독을 한 적이 있다.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는데, 여기는 너무 춥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테니 모텔에 들어가자”고 말한 뒤 B씨를 모텔로 데리고 들어가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일방적으로 생활비 등에 보태라고 B씨의 가방에 50만원을 넣어주고, 저항하는 B씨를 제압한 채로 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선뜻 수긍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사건 발생 후 피고인의 차량을 함께 타고 돌아가는 등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은 대법원에서 재차 뒤집혔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나이, 성별, 지능이나 성정, 사회적 지위와 가해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지능지수가 72 정도로 낮은 점을 비롯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지내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표현하고 이 사건 무렵 사기를 당하기도 하는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대한 욕구가 높은 반면 현실적으로는 심리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처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라고 판단한 피해자의 태도는 제반 사정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통념에 따라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진술의 합리성을 부정한 것으로,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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