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이 본 대선후보 윤석열과 이재명은?[인터뷰]

2년 침묵 깨고 尹 지지 선언…"나아갈 길 정확히 제시"
"文정부 '불문부답' 견딜 수 없어…이재명, 수상쩍다"
尹 '식물화' 우려에 "다수가 정한 대통령, 권리 활용 가능"
"단일화, 수학의 오남용…정치적 필요성 과장·악용돼"
  • 등록 2022-03-02 오전 6:00:00

    수정 2022-03-0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지은 송주오 기자] 이문열 작가는 대한민국의 보수 진영을 상징하는 대표 문인으로 꼽힌다. 문학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궤적을 소설로 꿰어왔다면, 현실에서는 우파 논객으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다. 이 작가는 최근 경기도 이천 부악문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대선에 대한 솔직한 의견과 입장을 밝혔다.

이 작가는 대선 막판 최대 변수였던 야권 후보단일화 무산과 관련, “단일화 필요성 자체가 너무 정치적으로 과장되거나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때문이었다. 이 작가는 민주 공화주의, 자유 시장경제, 현실주의적 통일외교 등 윤 후보가 밝힌 노선을 언급하며 “우리가 앞으로 갈 길이 어디인가를 정확히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문열 작가. (사진=이영훈 기자)
내가 ‘정치인’ 윤석열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

이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 윤석열은 “스스로 믿는 바에 따라 판단하는 사람”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평가는 아니다. 서울대 후배였던 윤 후보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하게 된 때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 후보는 교내 모의형사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아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해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사복 경찰이 대학교 교정을 돌아다니며 불시 검문하던 서슬 퍼런 시절이었다. 이 작가는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보다는 윤 후보가 보여준 결기에 주목했다. 그는 “사나이의 기백으로도 멋이 있지만, 신념 없이는 그런 판단이 나올 수 없다”면서 “그가 정치에 뛰어든 게 낯설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봤을 수 있지만, 나는 먼 길을 돌아왔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동시에 현 정부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통이 아니라 ‘불문부답(不問不答)’”이라면서 “우리한테 물은 적도 없지만 우리가 물어본 걸 대답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가장 견딜 수 없던 부분”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선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질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작가는 “지난 것에 대한 자성과 비판은 하지 않고 무엇을 해주겠다고만 끊임없이 말하는 데 대한 의문이 컸다”며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유산을 단절한다는 뜻은 보였으나, 그 사람 지향을 알 수 없어 수상쩍다”고 했다.

이문열 작가. (사진=이영훈 기자)
“다수가 정한 대통령, 완전한 식물화 불가능”

이 작가는 이번 대선을 “‘니가 더 나쁜 놈이다’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이 후보는 물론 윤 후보까지도 시대정신을 꿰뚫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지지자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여당을 향해 ‘매표 운동’을 한다고 규정하며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1년 이상 걸리는 계획을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제 자체를 손대는 것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의원내각제 개헌에 관해선 “규모와 수준이 까다로운 제도”라며 윤보선 전 대통령 시절을 이미 실패한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내각제가 국민 권리가 잘 표현되는 걸로는 나을지 모르지만, 더군다나 북한이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정치적 안정성으로 볼 때는 불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180석의 거대 야당 아래 ‘식물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완전히 식물화 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다수가 정한 대통령이 나름의 권리를 활용할 길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문열 작가. (사진=이영훈 기자)
“야권 단일화 효과 계산? ‘수학의 오남용’일 뿐”

대선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 물 건너간 단일화는 보수 진영에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막판까지 양강 후보의 접전이 이어지며 다자구도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져서다.

그러나 이 작가는 단일화를 최후 승부처로 바라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일화 필요성 자체가 너무 정치적으로 과장되거나 악용되고 있다”면서 “냉정하게 말한다면 현재 이렇게 세간에서 떠드는 것만큼 그것 때문에 지지율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몽땅 상대에게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기에 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걸 마음대로 계산해서 들어오니 안 들어오니 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이상한 산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다”고 비판했다.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국민의 정권 교체 열망은 여전히 정권 연장의 비율을 압도하고 있다. 논객으로서 수많은 대선을 관찰해온 이 작가가 이번 선거에서 주목하는 지점이다. 그는 “안 후보가 최대 15%의 지지율을 가져갔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쪽이 더 많을 것”이라며 “결국 표를 줘야 할 때 (유권자의)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안 후보가) 안 와도 근접한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50대 김혜수, 방부제 미모
  • 쀼~ 어머나!
  • 시선집중 ♡.♡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