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환능력=현재소득' 과연 정답일까

  • 등록 2021-10-29 오전 5:09:20

    수정 2021-10-29 오전 5:09:2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갚을 수 있는 범위에서 빚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 금융당국은 현실에선 이 진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꺼내든 게 대출받을 때 현재 소득과 기존 대출을 모두 따져보겠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라는 도구다. 당국은 이번에 이 도구를 전면 도입해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한 사람이 빚을 갚는 기간 동안 소득에 변화가 없느냐이다.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30년 만기다. 20대 후반의 사원 A씨는 현재 급여가 적기 때문에 DSR 기준으론 많은 대출이 어렵다. 그가 중도상환을 하지 않는다면 50대 후반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 앞으로 30년간 소득이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대로 50대 중반의 부장 B씨는 높은 연봉에 힘입어 주담대 금액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그는 5~10년 후면 은퇴를 해야 하는데 그때도 상환능력이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한 사람의 미래 소득이 어떻게 될 지 파악하긴 대단히 어렵다. 이미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가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의 적용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통상 연차와 경력이 쌓이면 소득이 높아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상환능력 기준은 기본적으로 현재소득이다. 젊은 층에 불리하다. 이들은 우리가 사회에 진입하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대출액을 줄여버렸다며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한다.

당국에서도 그간 청년층의 미래소득을 반영해 주담대 한도를 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이번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다.

미래소득을 추정 기준은 세우긴 어렵다. 부채총량 감축이 첫번째 목표인 금융당국과 당장 대출취급을 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눈에 보이는 현재소득 기준이 편리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획일적 기준으론 불합리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 쉽지 않겠지만 국내 금융권이 대안을 찾아봤으면 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내용을 발표한 26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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