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공매도 전면 재개는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자본시장 업계·유관기관과 간담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업계도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벌어진 대선 테마주의 급등세와 스팩주 이상 열풍 등을 고려할 때 공매도 전면 재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고승범 위원장은 전면 재개를 위해서는 공매도 부분 재개의 효과 분석 및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한다며 구체적인 재개 시기나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코스피·코스닥 대형주의 공매도 영향 다르게 나타나
실제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등 대형주와 전체 지수와의 주가 흐름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 5월 3일부터 지난 6일까지 코스피지수 변동률은 -7.6%(3147.86→2908.31)를 기록했지만, 같은기간 코스피200은 -9.57%(422.36→381.93)로 하락폭이 25% 가까이 더 컸다. 반면 코스닥지수와 코스닥150지수 변동률은 같은기간 각각 -6.21%(983.45→922.36), -2.54%(1405.47→1369.72) 등으로 코스닥150의 흐름이 더 안정적이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시장에서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위는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시장 점검 자료를 6월과 9월에 두 차례 내놓으며 “분석기간 동안 공매도와 주가 간 유의미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해왔다. 개인 공매도 역시 개인투자자의 투자 기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비중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1.9%로 0.7%포인트 증가한데 그치고,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개인투자자 중 공매도 사전교육 이수자는 약 4만 2000명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매도와 관련한 동학개미들의 거센 비판을 수차례 경험한 탓에 전면 재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고 위원장의 발언처럼 공매도 전면 재개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세밀한 시장 분석부터 선행돼야 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부분과 개인 공매도의 실효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 증시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