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권 안팎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언론중재법 처리를 밀어붙이는 이유로 잘못된 언론 보도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손해 배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꼽는다. 때론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기업을 망하게 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르지만, 해악 정도에 비례하는 처벌을 받지 않은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중재법을 굳이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으로 부르는 이유다.
실제 언론중재위원회가 2019년 법원이 선고한 언론 관련 민사소송 236건을 분석한 결과, 일반인이 제기한 소송은 31.4%에 그쳤고 공직자나 기업, 단체가 제기한 소송 비율이 과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중재법이 일반인의 피해 구제보다 권력층이나 힘 있는 기관들이 공론화를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 또는 중과실` 조항 역시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언론현업단체들뿐만 아니라 세계신문협회, 국경없는기자회(RSF) 등 대표적인 국제 언론단체들까지 우려를 표명한 까닭이다.
더군다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유튜브와 1인 미디어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문·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와 같은 `언론`이 아니란 게 이유인데, 기능과 사회적 파급력을 감안할 때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개혁 취지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기성 언론의 일방적 피해자라는 피해 의식이 본질을 흐리고 방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4·7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소통과 경청, 여야 협치를 강조해왔다.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는 이에 역행하는 길이자 이율배반적 태도다. 나만이 옳다는 확증 편향,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식 독주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개혁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가야 성공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