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공략 나선 롯데百, 동탄점·의왕점 잇따라 오픈

  • 등록 2021-08-23 오전 6:00:00

    수정 2021-08-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롯데백화점이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신규 점포인 동탄점을 지난 20일 공식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여파에 한 차례 일정이 연기되는 악재를 딛고 경기 최대 규모(지하 6층~지상 8층·연면적 24만6000㎡, 영업면적 8만9000㎡)로 야심 차게 준비했다. 동탄점은 인구 40만명에 육박하는 동탄 신도시에 생기는 첫 번째 백화점이기도 해서 일찌감치 화성시는 물론 인근 시군들도 기대감에 들썩였다.

신흥 소비도시 화성시는 오는 2022년 5월 이마트트레이더스 동탄점 오픈이 예정돼 있는데 롯데쇼핑(023530)이 야외 스트리트 쇼핑몰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동탄점을 조성해 먼저 깃발을 꽂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8년 2월 경기 용인시에 ‘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을 연 데 이어 내달 의왕시에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를 열 예정으로 경기 남부 상권 장악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동탄점은 이런 롯데쇼핑의 큰 그림 한가운데 위치한 핵심 점포다. 20일 기자가 둘러본 동탄점은 온라인에서 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경험과 가치를 담으려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성공 방정식은 모두 버리고 ‘미래형 백화점’ 모델을 제시했다. 현장에서 만난 롯데백화점 직원들도 “칼을 갈고 준비했다” “‘롯데가 롯데했네’라는 말은 거부한다”면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탄점은 백화점의 얼굴인 1층부터 파격을 보여줬다. 1층에 화장품 매장을 빼곡히 밀어 넣는 대신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숍 ‘더콘란샵’ 등을 널찍이 배치했다. 수익이 잘 나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도 영국의 팝아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8m 길이 대작 ‘인 더 스튜디오, 디셈버(In the Studio, December) 2017’을 내걸었다. 쇼핑객들이 이 작품을 배경으로 방문 인증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향후 명품 브랜드의 런웨이 등 색다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백화점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다’는 통념을 깨고 유리 돔에서 1층까지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 때문에 쇼핑하는 내내 실내라는 답답함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머물고 싶은 백화점’을 지향하는 동탄점이 3층에 3300㎡ 규모의 도심공원 ‘더 테라스’, 7층에 1160㎡ 규모의 반려동물 놀이터 ‘루키파크’를 조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이색 볼거리도 가득했다. 마뗑킴, 아보네, 로아주 등 16개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한 편집숍 ‘샵()16’ ‘감성 편의점’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노점상(No dot prize)’ 등이 단적인 사례다. 샵16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이즈별로 1개씩 비치된 옷을 입어보고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상품을 집에 배송해주는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실험의 장이었다.

동탄점은 전국의 유명 맛집도 대거 유치했다. 동탄점은 전체 영업면적 중 약 27.7%를 식음(F&B) 매장으로 구성할 만큼 F&B 조성에 힘썼다. 2020년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선정된 조희숙 셰프와 함께 메뉴를 개발한 ‘한국인의 밥상’, 60만 이상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도시락 전문점 ‘콩콩도시락’, 청담동 유명 식당을 그대로 옮겨온 ‘스케줄 동탄’ 등 100여 개의 F&B 브랜드를 갖췄다. 바다 건너 대만에서 국내에 처음 상륙한 ‘베지크릭’, 태국의 3대 씨푸드 전문점으로 알려진 ‘꽝씨푸드’ 등은 동탄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매장이었다.

황 대표는 “동탄점은 브랜드 구성은 물론, 경험 콘텐츠, F&B, 방역 등 모든 부분에 있어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고 최근 트렌드와 상권 특성을 적극 반영한 맞춤형 점포”라고 말했다. 정 점장은 “앞으로도 백화점 내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기획해 먼 곳의 고객들도 방문해 즐길 수 있는 지역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롯데의 전략 점포 동탄점의 등장으로 경기 남부 패권을 둘러싼 백화점 업계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경기 남부 권역에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2007년 3월 죽전점으로 오픈해 2009년 10월 개명), 롯데백화점 수원점(2014년 11월), 현대백화점 판교점(2015년 8월), 갤러리아 광교점(2020년 2월) 등이 잇따라 오픈했다. 모두 동탄점과 반경 10㎞~30㎞ 안팎에 위치해 있다. 직선거리로는 동탄점과 판교점조차 20여㎞ 떨어졌을 뿐이다.

경쟁 백화점들은 동탄점의 신장개업 효과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고자 리뉴얼(재단장), 명품 브랜드 유치에 나섰다. 터줏대감 격인 경기점은 지난 2월과 7월 생활전문관과 식품관을 각각 재단장한 데 이어 하반기 명품관 리뉴얼에 착수한다.

지난해 1조 클럽(2020년 누적 매출 1조74억원 기록)에 가입한 판교점은 명품 브랜드를 보강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2월 명품 중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 매장을 연다. 샤넬 역시 내년 중에 출점이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는 VIP제도를 손질하면서 MZ세대 큰손 고객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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