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대를 모은 굵직한 기업의 공모청약 성적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며 ‘소문난 집에 먹을 게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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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1위들의 흥행 부진…롯데렌탈도 ‘부담’
1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개월간 상장한 IPO 기업은 10개사입니다. 1분기에 32개사, 2분기에 27개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적지 않은 규모의 IPO 기업이 상장한 것입니다.
이들 기업의 상장 이후 성적을 분석한 결과 공모가 대비 13일 종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92%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만원에 해당하는 공모주를 확보할 경우 9200원의 수익을 얻은 셈입니다. 꽤 높은 수익률입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웃을 수 없는 건 업계 1위주의 부진 때문입니다. 업계 1위라고 해서 청약했더니 물리고 말았다는 청약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크래프톤입니다. 상장하자마자 게임 대장주로 등극한 크래프톤(259960)은 글로벌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합니다. 올해 주목할만한 IPO 대어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13일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12.25%(6만1000원) 하락한 4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크래프톤의 한 청약자는 “최소 10주를 청약하면 1주 정도만 받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4주나 받아져 당황했다. 현재 총 투자손실이 24만원이 넘는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로봇청소기업계 1위 에브리봇(270660) 또한 상장 직후 내림세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모가가 희망공모가(3만2600~3만6700원) 최상단에 결정되며 흥행 자신감을 보였지만, 청약 경쟁률이 159.42대 1로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며 불안하게 출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3만3050원에 결정되자, 3만7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2만8350원까지 내려앉은 상태입니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 22.75%입니다.
지난 10일 공모청약을 마무리한 렌트카업계 1위인 롯데렌탈도 일반청약 경쟁률이 65.81대 1에 그치며 오는 19일 상장 첫날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대형주 IPO라고 해도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공모가가 적정한지 최종적인 평가를 내주는 건 투자자 본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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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현실 전자상거래 인터넷은행 ‘주목’
대신증권이 추정한 올해 맥스트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입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맥스트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AR개발 전문 기업으로서 메타버스(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가상세계) 구축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곳은 플래티어(367000)입니다. 2005년 설립된 이커머스 플랫폼 솔루션기업입니다. 한마디로 인터넷 쇼핑몰에 진출하려고 하는 사업자들에게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상장 첫날인 지난 12일 ‘따상’에 성공하며 2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둘째 날에도 20%가량 오르며 ‘따상상(따상을 포함해 이틀 연속 상한가)’ 가능성도 키웠지만, 코스닥 시장 하락에 상승폭을 줄이며 3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87.27%입니다. 이커머스로의 대전환기에 꾸준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혈관질환 치료제 개발기업 큐라클(365270)(공모가 대비 수익률 110.40%)과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323410)(96.41%)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태입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카카오뱅크를 제외하면 인지도가 높지 않은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현재 영업이익이 아닌 미래 성장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부터 디지털 금융플랫폼까지 급변하는 디지털산업의 선두주자라는 점이 매력포인트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투자전문가는 “디지털전환 가속화에 따라 투자자들도 관련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안정적 매출 기반과 미래 성장성까지 확보된 기업이 이후에도 나온다면 이같은 흥행 기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