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경제 회복 기대감에 구리값이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가격 상승세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장지수상품(ETP)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전기동 현물가격(official cash)은 24일(현지시간) 지난달 말 대비 10.10% 오른 1톤당 58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미중 무역 1차 합의란 호재에 연고점인 6300.50달러까지 올라갔지만 지난 3월 중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4000달러대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점진적 회복세를 보여 6000달러대를 넘보고 있다.
| [그래프=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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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구리 가격과 연동되는 ETP도 성과가 좋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구리 관련 ETP는 총 8종으로, 구리선물 가격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KODEX 구리선물(H)’은 이날 지난달 말 대비 410원(8.89%) 오른 5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3월 19일 장중 기록한 52주 최저가 3870원과 비교하면 29.72% 상승했다. 구리 지수가격의 두 배로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상품인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역시 이달 들어 19.75% 올랐다.
구리는 ‘닥터 코퍼’(Dr.Copper)란 별칭으로 불린다. 고순도 구리인 전기동은 건설, 통신, 산업재, 운송 등 모든 산업 분야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경기변동에 민감해 실물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하면서 가격도 하락했다. 이후 주요국이 각종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내놓자 경기 회복 기대감이 맞물려 구리 가격도 서서히 회복됐다.
전기동의 주된 소비국은 중국이다. 하반기 경기부양책에 따른 수요 진작 기대감과 함께 코로나19 여파를 먼저 벗어난 중국의 제조업 및 산업생산 개선세가 긍정적인 모멘텀이 되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부양정책을 통해 인프라 확충과 유동성 공급으로 경기 확장을 도모할 계획”이라면서 “전기동 수요 회복세는 중국을 중심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가격 전망에 대해선 증권가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공급 측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칠레와 페루 등 중남미 지역이 전 세계 광산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 주요 생산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발생한 공급 차질도 가격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반영된 수요 개선 보다는 하반기 광산 생산이 재개될 시 공급 우위 가능성이 예상돼 구리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