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지난달 한날한시에 같은 미국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A씨와 B씨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1% 정도 차이가 벌어졌다. A씨는 원화로, B씨는 달러로 투자한 것이 다른 결과를 낳았다. 그새 원·달러 환율이 내렸기 때문이다.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 달러 가치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달러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셈법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올라타려면 당분간 환헤지(환율 변동 리스크 제거)를 하는게 낫다는 조언이다.
| [그래프=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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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81.20원으로 마감해 연초 대비 2.1%(24.8원)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올해 고점(1220.2원)과 비교하면 3.1%(39원) 하락했다. 미국 달러 가치가 최근 들어 하락한 영향이다. 전날 달러인덱스는 종가 기준 97.34를 기록해 연초 이후 0.98%(0.95포인트) 올랐지만, 지난달 20일 올해 고점(99.86포인트)보다 2.5%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오를수록 달러가 강세라는 의미다.
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한 것은 지난 3일 미국의 0.5%포인트 파격 금리인하에 기인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달러가 많아지고, 달러가 흔해지면 가치가 떨어진다. 이런 흐름이 더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화투자·삼성·NH투자·교보 등 증권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 금리를 △이르면 상반기 안에 △최다 두 차례에 걸쳐 △최고 50bp(1bp=0.01%)까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면, 원화 가치가 더 세질 수 있다.
환율 변동은 해외 펀드 투자 손익에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에서 같은 시점에, 같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도 수익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예컨대,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AmundiAllset글로벌회사채` 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환 헤지형(H)이 -0.75%, 환 노출형(UH)이 -1.98%를 각각 기록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내려간 영향으로 환 노출형 성적이 더 나빴다. 반대로 연초 이후 이 펀드 수익률은 환 노출형이 4.52%, 환 헤지형이 1.16%로 거꾸로다. 연초를 기준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환경에서는 원화로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앞으로 달러 가치가 더 빠질지는 변수다.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은 기준 금리 외에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더 내려도, 외려 달러 가치가 하락하지 않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금리 인하는 경기침체 국면을 의미한다. 이럴 때는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희석될 수도 있다. 아울러 환 헤지는 헤지에 따른 비용이 든다. 많게는 투자금의 최대 연 1% 안팎이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환 노출은 환율 변동성이, 환 헤지는 비용이 각각 투자 성과를 좌우한다”며 개인 의견을 전제로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비용을 절약하고 환율 변동성을 부담하는 환노출이 결과가 더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