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을 맞아 최대주주가 바뀌는 상장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최대주주를 바꾸려다 실패한 회사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이 무산되더라도 자금 사정 등의 압박에 못 이겨 최대주주 변경을 재차 노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경영 악화에 처한 상장사들이 자금 수혈을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면서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대주주 변경을 거치면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는 경우까지 빈번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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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반도체 제조업체인 파인넥스(123260)는 기존 최대주주인 넥스지의 보호예수기간 만료로 지분이 전량매각돼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넥스지 측은 이와 관련해 “긴급한 운영자금 확보로 인한 매도”라고 밝혔다. 파인넥스는 사흘 뒤인 22일 72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주금이 납입될 경우 회사 최대주주가 조앤마이어파트너스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별도 공시했다.
최대주주 변경 무산에다 지분 매각, 또 다른 최대주주 등장에 어수선해진 파인넥스 주가는 10거래일(25일 기준) 만에 52.8%(1500→708원)나 떨어졌다.
최대주주 무산에도 재차 도전…주가는 뚝뚝
2017년에도 한국코퍼레이션(050540)과 삼본정밀전자(111870), 폭스브레인(現에이아이비트(039230)), 에이앤원(現더블유에프엠(035290)) 등이 양수인의 계약 불이행, 중도금(잔금) 미지급 등의 사유로 양수도 계약이 취소된 이후 최대주주를 새로 맞았다.
폭스브레인의 경우 2017년 3월과 8월 두 차례 최대주주 변경을 예정했다가 계약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이후 이듬해 1월 4일 바이오써포트를 새 최대주주로 맞았다. 지난해에도 중앙오션(054180)과 레드로버(060300) 등이 최대주주 변경을 시도하다가 백지화되면서 새로운 최대주주 맞이를 계속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은 몇 년간 이어진 실적 부진과 자금난으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목적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시가총액이나 주가가 낮은 종목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파인넥스는 12일 계약무산 이후 이날까지 개인이 17억4500만원어치를 사들이면서 기관(1억9000만원 매도)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최대주주 변경이나 최대주주 변경 무산 후 재도전 등 기업 리스크가 드러나는 상황이 잦아졌다”며 “최대주주 변경이 주가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