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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국내 풍력발전 업계는 현재 정부가 목표치만을 내걸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국내 풍력발전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국 산업 보호 또는 지원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감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금과 같이 세밀한 방법론에 대한 고민없이 풍력발전 확대에만 집중했다가는 국내 업체들은 외국 기업에 내수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고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설명이다.
자국 산업 무관심 속 이미 풍력발전 절반 외국산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신재생에너지 3020’ 실행계획을 발표·추진 중이다. 이에 풍력발전은 지난 2016년 1.2GW에서 2022년 16.5GW, 2030년 17.7GW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새만금에 1GW 규모 대형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확대 정책이 국내 풍력발전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풍력발전 내수 시장은 소위 가격경쟁입찰 논리에 따라 이미 절반 이상을 외국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에 완공된 풍력발전 수량은 573기로 이중 291기(50.8%)가 외국 기업이 제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량 기준으로 살펴봐도 총 113만9910㎾ 가운데 외국 기업이 58만6910㎾(51.5%)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바로 가격경쟁력이다. 실제로 육상 풍력발전은 외국 기업들의 가격이 1㎿당 12억~13억원 수준인 데 비해 국내 기업들은 15억~16억원 수준이다. 해상 풍력발전의 경우 외국 기업들은 15억~16억원, 국내 기업들은 18억~20억원으로 알려져있다.
세금까지 고려하면 국내 풍력발전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약화된다. 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각국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완제품은 무관세, 일부 부품들은 관세가 적용된다”며 “국내 공장 건설 없이 완제품 형태로 수입하는 외국 기업들은 관세도, 법인세도 내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은 1억~2억원 수준의 관세에 더불어 법인세도 내고 있어 가격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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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이 외국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만큼의 경쟁력을 키울 때까지 정부가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에너지 신사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풍력발전의 신규 일자리 창출 잠재력은 매우 크다. 풍력발전 산업의 경우 설계 및 완제품 조립을 담당하는 기업 아래 여러 차에 걸친 수많은 협력사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흡사 자동차 산업과 유사한 구조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기 한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8000여개에 이르는만큼, 경쟁력 있는 국내 풍력발전 업체 한 곳이 가져오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크다.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국내 풍력발전 기업들이 모두 문을 닫을 경우 시장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 예로 대만 풍력발전 시장이 꼽힌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대만은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잇고 있지만, 관련 자국 기업의 부재로 모두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한 풍력발전 업계 관계자는 대만과 관련 “최근 대만전력공사가 해상 풍력발전을 발주한 결과 유럽 내 평균보다 30% 이상 비싼 1㎿당 2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풍력발전기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풍력발전에 처음 뛰어들었던 2010년 초반 외국 기업들은 경쟁업체가 없다는 판단 아래 엄청 비싼 가격에 재고 모델을 공급하고, 또 서비스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내 두산중공업(034020)과 유니슨이 이대로 가다가 문을 닫는다면 대만과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고, 이전처럼 외국기업들의 횡포에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