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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자산 7배’ 시중은행과 동일규제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국내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4개사의 총자산은 1326조1480억원으로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 6개사의 총자산 185조8291억원보다 7배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건전성 규제라든가 대출규제 등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규모에 따른 규제 차별화를 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지만 지방의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지역 중소기업 침체 등으로 영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을 감안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지방은행은 조선, 해운, 철강, 건설, 부동산PF 등 위험업종 여신 비중이 높아 해당 산업의 경기침체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 실제 지방기업의 부도율은 서울지역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시도별 어음부도율을 보면 6월말 기준으로 광주는 1.82%(특이부도 제외시 0.49%), 경남 0.63%, 전북 0.33%, 제주 0.16%, 부산 0.1% 등으로 서울 0.09%를 크게 웃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대형 제조업체들의 부실화는 지방은행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본규제 개편방안이 지방은행 경쟁력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산정할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위험 가중치를 종전 35%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마련, 지난 6월 말부터 시행 중이다. 오는 2020년부터는 신(新)예대율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낮아진다. 이는 은행 대출의 가계부채 쏠림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조정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방은행들은 경기 침체 및 회복 지연으로 기업여신 확대도 쉽지 않아 총대출성장률이 시중은행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강화의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이에 따라 촉발된 여수신 확보 경쟁심화는 지방은행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업기반의 안정성과 수익성이 우려된다는 평가다.
시중銀 대비 역차별 규제도 난무
시중은행 대비 불리한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지만 지방은행이 오히려 더 강한 규제를 받는 사례도 있다. 한국은행이 시행하는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금융기관의 대출증가액 중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강제화한 것인데 시중은행은 대출 증가액의 45%이상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하는 반면 지방은행은 60% 이상 의무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기관 금융대출이용 지원사업 협약’에서 지방은행이 배제되고 있는 것도 역차별 사례다. 건보공단은 업무협약을 맺은 시중은행에 의료기관의 연간 보험급여 지급내역과 채무자압류 정보 등을 제공하고 은행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 대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은 2년마다 시행되는 협약은행 제안평가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있다. 건보공단이 제안평가 대상을 수도권에 본사를 둔 전국망을 가진 1금융권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의료기관은 편의상 지방은행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의료기관도 소외되지 않도록 건보공단이 지방은행과도 업무협약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만기보험금 송금 및 지급 역시 지방은행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국만기보험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자가 외국인 근로자를 피보험자 및 수익자로 해 근로계약혜지, 출국 등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가입하는 일종의 퇴직보험인데 보험금 취급은행이 시중은행으로 한정돼 있다. 즉 지방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급여계좌가 지방은행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보험금의 외화송금 및 현금 수령을 위해 시중은행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지원 의무대출 비율 규제를 완화해 지역 내 소매금융 및 대기업 영업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지방은행에 각종 금융상품 취급 허용 방안과 수익증권 판매 등의 업무를 허용하고 지역밀착형 금융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