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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전 유성구 지노믹트리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안성환 대표는 “DNA 바이오마커 기술 발달로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액체생검 조기진단이 충분히 가능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노믹트리는 암세포 DNA 후성유전적 변화를 파악,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업체다. 다만 암세포를 찾는 대상이 암조직이 아니라 대변이나 소변, 혈액 등 체액이다. 안 대표는 “그동안 암진단은 이상을 발견했을 때 내시경으로 얻은 세포나 조직을 생검하는 방식이었다”며 “대변 등 체액을 이용할 경우 절개와 같은 어려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조기에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암과 관련된 바이오마커(DNA 돌연변이나 특정 단백질)를 찾아야 한다. 한 가지 암이라 해도 이와 관련된 바이오마커는 하나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특히 초기 암은 DNA나 단백질 양이 너무 적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암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변이나 소변 등 체액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것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적은 양으로 암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 액체생검의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노믹트리는 2000년 회사 설립 후 바이오마커를 찾는 데에만 9년 이상 연구개발을 집중했다. 그 결과 대장암의 전 단계인 용종 상태에서 발견되는 특정 DNA의 후성유전적 변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안 대표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석사과정에서 집단유전학을 공부했다.
지노믹트리는 대장암·방광암·폐암 등 3개 암을 찾는 방법에 주력한다. 이들 암 진단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체액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되는 상황이 생기면 곧바로 내시경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노믹트리가 개발하는 암 진단 기술 중 가장 앞선 것은 대장암이다. 대변에 섞여 나온 암세포의 DNA로 대장암 여부를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630명을 대상으로 한 확정 임상시험에서 암환자 중 90% 이상 암 판별이 가능하다고 아주 작은 용종을 지닌 환자도 30% 이상의 민감도로 식별이 가능한 결과를 도출했다. 이는 현행 70% 수준인 분변잠혈검사 정확도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안 대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신청을 했다”며 “빠르면 9월 중에 허가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노믹트리는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예비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유럽 인증도 받았다. 이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건강검진에서 대변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되는 경우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된다. 일각에서는 대장내시경을 하는 의사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 대표는 “성인 70%가 평상 한 번도 대장대시경을 받지 않는다는 통계자료도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간편하게 대장암과 용종 여부를 미리 알 수 있어 대장내시경 검사 건수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혈뇨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방광암 조기검진법과 혈액검사에 의한 폐암검사도 판매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시험 중이다. 지노믹트리는 본사 건물 앞 주차장 부지에 연간 10만건 정도를 분석할 수 있는 중앙분석센터를 짓고 있다. 안 대표는 “식약처 허가와 분석센터 완공 등을 고려하면 오는 9월쯤 서비스를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석키트와 분석시스템 자체를 묶어서 수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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