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금융이 빠지면 일이 안 됩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이에 시장참여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성동조선, STX조선, 대우조선 등 부실조선사뿐 아니라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들어 성동조선 노조는 구조조정 돌입이후 처음으로 지난해말부터 수출입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중순께 나올 외부컨설팅 결과를 앞두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성동조선 노조의 ‘독자생존’ 바람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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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수은이 성동조선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2009년 김동수 전 행장 때다. 김 전 행장은 수은의 외형성장을 위해 조선·해운을 중심으로 직접대출을 통한 여신 확대에 주력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용환 전 행장 때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세계 조선업황 불황의 그늘이 국내 조선사들을 덮쳤다. STX조선과 STX팬오션을 축으로 한 STX그룹이 해체되고 성동조선을 포함한 중소조선사들이 수렁에 빠졌다.
정부는 연착륙 차원에서 성동조선에 대한 자율협약을 결정했다. 기촉법에 의한 자율협약이 결정된 첫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수은의 성동조선 익스포저는 2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STX조선 등 부실조선사까지 포함한 익스포저는 7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은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로 구조조정 경험이 전무했다.
주지해야 할 사실은 정부 산하 공적기관인 수은이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특정 산업·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은 한국수출입은행(KEXIM)이 유일하다. 수은이 조선사 구조조정을 맡으면서 통상마찰 문제가 불거졌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입맛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 결과에 의해 ‘밑빠진 독에 물 붙기’ 식 지원은 국민혈세를 남용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성동조선 구조조정에서 한발짝 물러나야 한다. 수주활동이 ‘0’에 이른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원 주도의 회생 또는 청산형 법정관리(통합도산법)가 거론되는 건 당연하다. 이번 정부에서 수은과 끝모를 부실폭탄 ‘성동조선’의 잘못된 연을 매듭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