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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전·현직 증권사 사장들이 잇따라 업권별 분리를 주장하면서 자산운용업계를 대표할 협회 설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벤처 창업 열기에 불과 2년 새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전업 운용사가 100개 넘게 생겨나는 등 자산운용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독립적 협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잇단 업권별 분리 주장…“이해 상충 문제 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에 공식적인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총 4명이다. 정회동 전 KB투자증권(현 KB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특히 황성호 전 사장과 손복조 회장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금투협 업권별 분리 같은 공약으로 내세웠다. 황 전 사장은 자산운용 업계의 자체 협회 설립을 약속했고, 손 회장은 증권업협회(선물회사 포함)와 자산운용협회, 부동산신탁협회 등 3개 협회 분리를 주장했다. 현재의 금투협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를 통합해 출범했다.
자산운용 업계는 협회의 업권별 분리에 대해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난 2009년 효율성 측면에서 협회 통합이 이뤄졌으나 이제는 분리해야 할 시기”라며 “각 그룹 안에서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업권간에도 의견이 극명히 갈리고 있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분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가 최근 100개 넘게 생겨났으며 사모펀드 안에서도 다양성과 전문성이 추구되고 있다”며 “하지만 판매사인 증권사와는 충돌이 많아 업권별 협회를 구성해 의견을 양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운용사측도 업권별 분리에 찬성을 표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통합 당시에는 자산운용사 덩치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회원 수도 월등히 많아졌고 운용사끼리도 요구사항과 관심사항이 다르므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협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당국의 발표만 보더라도 은행과 증권사 인원은 꾸준히 줄고 있으나 운용사는 다르다”며 “향후에도 운용업계는 사모펀드를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업권간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협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자산운용업계를 대표할 협회 설립보다는 인력양성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아직 협회 통합이 10년도 안 된 데다 금융투자업계가 현 정권에서 목소리를 더 내기 위해서는 힘을 모을 때”라며 “특히나 외국계는 더욱 힘든 상황이므로 당분간 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업무를 조율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운용업계 육성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양성해봐야 유출만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산운용이란 게 사람이 주가 되는 업종”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갖추고 협회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선제로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인력의 질적·양적 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