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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제로의 주범은 한국당 자신이다. 야당으로서 전투력은 갖추지 못한 채 맘에 안 들면 안 가는 ‘초딩 수준’의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환담회에 불참했다. 정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갖추겠다”고 말하며 환담회에 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앞세워 취임 34일만에 국회를 두 차례나 찾았고, 특히 추경예산을 위해 사상 처음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환담회는 참석했어야 맞다. 그게 ‘예의’다.
시정연설후 문 대통령은 환담회도 오지 않고, A4용지를 모니터에 붙이며 시위한 정우택 권한대행을 직접 찾아가 악수하며 챙겼다. 이쯤되면 정 권한대행도 인간적으로 참 민망했을 것 같다.
한국당의 불참 훼방은 한 두번이 아니다. 여야 양당체제가 아닌 다당제하에서 협치를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매주 월요일 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하고 있지만, 여기도 2주째 불참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참여하겠다. 위원을 선정해주시겠다고 했다. 정의당도 참여하시겠다고 했다”며 “자유한국당은 부정적 검토다. 검토는 하겠지만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양당체제 하에서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하면 된다고 학습된 탓일까. 한국당의 반대와 불참에는 어떤 전략이나 비전도 찾을 수 없다.
이는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강경화 후보자 임명 찬성이 62%로 반대(30%)의 2배에 달하는 것과 상반된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같은 한국당을 향해 “제 정신이 아니다. 늪에 빠졌는지 모르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데 몸부림 치니까 더 깊이 빠진다”며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는 특히 “어떤 국회의원도 국회를 ‘국회의원의 전당’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한다. 민의의 전당에서는 민의가 이겨야 한다. 민의가 반영돼야 하고, 당들끼리 의견이 다르다면 민의를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 80%이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마당에 야권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중진의원은 “어떤 전략도 없이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데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이낙연 총리 인준 표결은 대체 왜 불참한 것이고, 인사청문회를 다 반대해서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씁쓸해했다.
오는 7월 3일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당 대표가 될 경우 무조건적인 반대나 여당과 정부를 향한 앞뒤 안가리는 ‘막말 비판’의 수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라는 게 사실 더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