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우리집 냥이·멍이에게서 배운다

반려동물 소재 인문학 서적 속속나와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 등
반려동물 가구 457만 겨냥해
양육서 벗어난 인문학적 고찰 늘어
  • 등록 2017-02-20 오전 12:40:00

    수정 2017-02-20 오전 12:40:00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길고양이 ‘루비’를 키우면서 떠올린 인문학적 질문을 최근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로 엮어냈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서적이 다양해지면서 출판계의 새로운 분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사진=천년의 상상).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고양이의 인문학’을 염두에 뒀다. 고양이는 굉장히 철학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문학적 성찰을 자극한다.”

‘미학오디세이’ ‘이미지 인문학’ 등을 쓴 인문학자 겸 시사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최근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책을 출간했다.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상상)다. 역사학과 문학, 철학에 나타난 고양이를 주제로 반려동물인 고양이가 던진 다양한 인문학적 질문을 펼쳐놓는다.

2013년 진 교수는 우연히 길가에서 비에 맞아 떨고 있던 길고양이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철학자인 루트비히 비트켄슈타인의 이름을 따 ‘루비’라는 이름을 붙여 준 뒤 이른바 ‘집사’라 불리는 애묘인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루비의 일상을 올리며 반려동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어느새 서울시 인구를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동물 보유 가구비율은 21.8%로, 457만가구 1000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서적도 점차 다양해지면서 출판계의 새로운 분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순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방법을 담은 양육서에서 벗어나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서적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철학도에서 수의사로 변산한 이원영이 쓴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
이달 초에 나온 수의사 이원영의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문학과지성사) 역시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철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우연히 ‘복돌이’라는 개를 키우면서 삶의 지평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인간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반려동물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나 아닌 다른 존재와 생명에 대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후 수의학과로 전공을 바꿨다는 저자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은 철학적 사고를 하는 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며 기존의 반려동물 서적에서 다루지 않았던 관점을 제공한다.

동물전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는 ‘동물권리시리즈’를 꾸준히 내며 반려동물 문화 이면에 담긴 여러 사회문제를 환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동물권리시리즈’ 6편으로 나온 ‘버려진 개들의 언덕’은 유기견에 대한 관찰내용을 담은 책이다.

출판계에서는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책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보다 다양한 책이 출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반려동물 분야의 도서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17%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해서도 13% 증가하는 등 반려동물 분야 책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등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책이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며 “반려동물 문화가 한국사회에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책의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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