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가는 노후]"자식 결혼 뒷바라지 대신 노후 전원주택 선택했죠"

3억원으로 양평 통나무 전원주택 지은 비결
대출 없이 현금 확보해야 성공적 건축 가능
땅값은 평당 80만원선 내외 적당
  • 등록 2016-03-02 오전 6:00:00

    수정 2016-03-02 오전 9:51:43

[사진=성선화 기자]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은퇴 후 전원주택은 팍팍한 도시 근로자들의 로망이다. 일 때문에 삭막한 도시에서 살면서도 노후 남은 생은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은 게 고달픈 현역들의 바람이다.

공공기관에 재직하며 정년퇴직을 7년 앞둔 김희태(53) 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전원주택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양평 통나무집을 완성한 김씨는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도 끊고 매주 금요일 밤이면 아내와 함께 양평 통나무집으로 힐링 여행을 떠난다.

늦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달 21일 일요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얕은 산기슭에 위치한 그의 통나무 전원주택을 찾았다.

21일 김희태 씨가 자신의 양평 전원주택 거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성선화 기자]
현금 3억은 있어야 전원주택 짓기에 성공

“대부분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1억~1억5000만원으로 땅을 보러 다닙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결국 전원주택 짓기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3년 가까이 땅만 보러 다녔다는 김 씨는 “구체적인 계획없이 무작정 땅을 보러 다녀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땅값, 건축비, 예비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집을 짓는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땅 찾기’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가평, 홍천, 양평 등 수도권 인근으로 땅을 보러 다녔다. 처음 시작할 때 땅을 보는 눈이 전혀 없었던 그도 조금씩 안목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씨 부부가 원하는 땅은 명확했다. 대지면적 200~250평, 토지 비용 1억 5000만~2억원 사이였다. 이유는 가장 대중적인 크기와 비용 때문이다. 황유상 통나무집세상 대표는 “나중에 되팔더라도 환금성이 가장 큰 집은 3억원 내외”라며 “땅값이 2억원을 넘어가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건축비는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평당 400만~500만원 정도가 가장 무난하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평당 450만원 선에서 마감했다. 땅값을 포함한 총 투자 비용은 약 3억원이다. 여기에는 배수로 800만원과 조경 2000만원 등 예비비도 포함됐다.

대출은 전혀 받지 않았다. 김 씨는 “전원주택을 짓는데 대출을 받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며 “수익이 창출되는 부동산이 아니기 때문에 보유한 현금 안에서 해결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땅값만 가지고는 전원주택을 마련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건축비 천차만별, 삼중창과 점토기와가 핵심

시세보다 저렴한 땅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토목 공사 전 ‘임야’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그는 토지 매입 후 산을 깎아 땅을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을 하고 지목을 대지로 바꿨다.

그의 집이 골격이 갖춰갈 무렵, 주변에도 하나둘 토목 공사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들어와 입지를 선점한 덕에 싼 값에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양평에서 이미 성토 작업이 끝난 땅은 평당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안전한 토지 거래를 위해 원주민 직거래 보다는 현지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원주민 직거래의 리스크가 오히려 더 크다”며 “안전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믿을 만한 전문가를 이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통나무 집 짓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골조 및 내외벽 모두를 쓰는 방식과 골조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집 전체를 통나무로 지으려면 집 크기가 적어도 40평 이상이 돼야 한다. 이보다 좁은 집의 경우 공간 활용도가 현격히 떨어진다.

김씨는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접 도면을 그렸다. 골조와 기둥만 통나무로 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2층 복층 대신 1층의 층고를 높였다. 그의 전원주택에서 건축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부분은 최고급 ‘삼중창’과 프랑스산 ‘점토기와’이다. 점토 기와를 얹은 지붕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거실 양면과 안방까지 큼지막한 통유리를 낼 수 있었던 비결도 이중창 덕분이다.

삶의 여유,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김씨는 주말 전원주택 생활 후 돈으로 살 수 없은 가치를 얻었다고 했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돈이면 다른 수익형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맞벌이 부부인 김씨 부부는 7년 뒤 퇴직 후엔 이곳에서 정착할 생각이다. 바로 옆 부지에 2층 통나무집을 별채로 더 지을 계획이다.

그는 “대부분 50대 부부들은 자식 뒷바라지에 노후 준비를 못한다”며 “아들에게 스스로 벌어서 장가를 가라고 엄포를 놓은 뒤 아들 뒷바라지 대신 전원주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결혼 적령기를 5년 이상 앞둔 아들에겐 미안하지만, 부부의 행복한 노후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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