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0.5%에는 담뱃값 인상 효과인 0.6%포인트가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가 되는 셈이다.
물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렇게 둔화된 것은 국제 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하락한 것은 1985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오르며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역시 2.3% 상승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됐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담뱃값 인상이 없었더라면 사상 최초의 일이 벌어졌을 것이란 의미다.
디플레이션 “맞다” vs “아니다” 갑론을박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0%대로 진입했고 생산자물가가 2012년 7월 이래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이 정도 상황이면 이미 디플레이션은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한국은 막대한 원유 수입국”이라며 “현재 유가 하락의 원인이 전세계적 수요 부족에 의한 것이어서 수출 증대 효과보다는 가뜩이나 낮은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려 자칫 디플레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생산·고용도 침체…디플레 가속화 우려
정부의 낙관과는 달리 디플레이션 징후는 생산 및 고용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생산이 둔화되고 고용이 침체되면서 물가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일 발표된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13년 3월 1.8% 감소한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특히 광공업생산은 제조업, 전기·가스·수도사업, 광업에서 모두 줄어 전월보다 3.7%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에 10.5% 감소한 이후 6년 1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설비투자도 자동차·일반기계류 등에서 투자가 줄면서 전월보다 7.1% 감소했다. 소비판매마저도 전월보다 3.1% 줄어들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34만 700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이후 40만~5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다시 30만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2013년 5월(26만 5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월(70만 5000명)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