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 美국방장관에 거는 기대

  • 등록 2014-12-04 오전 6:01:00

    수정 2014-12-04 오전 6:01: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척 헤이글이 물러난 국방장관 자리에 애쉬튼 카터가 새로이 낙점됐다고 한다.

카터 내정자는 지난해말까지 미국 국방부에서 2인자인 부장관으로 재직하다 헤이글 전 장관과 여러 정책을 두고 시시콜콜 부딪히자 과감하게 옷을 벗었던 인물이다. 그리고 과거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됐을 당시 협상팀의 일원으로 북한측과의 핵 협상을 직접 주도했던 북핵분야 최고 전문가이기도 하다.

실제 카터 내정자의 과거 발언들을 돌이켜 보면 한반도를 중시하는 그의 성향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 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인 지난해 3월 한국을 찾았던 카터 내정자는 “시퀘스터(Sequester·연방정부 재정지출 자동삭감 조치)로 인해 미국 정부가 국방비를 삭감하더라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과 한미 동맹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우리 정부를 안심시킨 바 있다.

또한 부장관으로 지명된 지난 2011년 9월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대량파괴무기(WMD)는 동맹국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북한의 대규모 재래 군사력과 확산 행위, 우라늄 농축과 WMD 프로그램 등을 통한 비대칭전력 확충 등은 미국과 역내 동맹국,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국방장관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자체가 변화되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적어도 한반도 정세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국방장관에 기용됐다는 점은 우리에게는 그리 나쁘지 않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주창하면서도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대부분 중동과 아프리카통으로만 채워왔었다. 수전 라이스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맡았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시리아 내전을 관망하면서 지켜보기만 했던 미국 정부는 공화당과 여론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자국민을 참수한 이슬람국가(IS)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드로 돌아섰다. 오바마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신(新) 냉전시대`를 초래했다며 곳곳에서 뭇매를 맞았던 만큼 중동에 목을 매는 것도 수긍가는 일이긴 하지만, 과연 한반도 정책에 어느 정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현재 한반도 상황도 녹록치 않다. 지난달 북한측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하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흐르던 냉기류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얼마전 유엔(UN)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양국 관계자는 다시 냉각기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카터 내정자의 국방장관 기용이 오바마 외교안보팀이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이는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카터 내정자는 지난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건설중인 장거리 미사일 시설을 요격해 파괴해야 한다”는 글을 미국 현지 신문에 대놓고 쓸 정도로 대북 문제에 관한 한 매파(강경파) 성향을 보여왔던 만큼 이런 부분을 어떻게 누그러 뜨릴 것인지에 대해 한국 정부도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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