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실리콘변두리⑦] 죽었던 넷북, 크롬북으로 부활

  • 등록 2014-08-21 오전 6:10:01

    수정 2014-08-21 오전 6:57:49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10년 정도까지 소형 노트북 넷북이 유행했다. 당시 넷북은 노트북 가격의 절반 혹은 3분의 1 수준이었고 들고다니기 편할 정도로 가볍고 작았다. 대학생들이 제법 많이 들고 다녔다.

넷북 자체는 가벼웠지만 탑재됐던 윈도XP는 무겁기 그지 없었다. 일반 PC용 운영체제(OS)를 작은 하드웨어에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가 느려지거나 고장이 나곤 했다. 넷북은 노트북보다 못한 성능에 시스템마저 느려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PC로 쓰자니 함량 미달이고 동영상, 음악만 듣자니 버거웠던 넷북은 가볍고 처리 속도가 빠른 태블릿PC에 자리를 내줬다. 넷북 시대는 이대로 끝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중 새로운 녀석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크롬북’이다.

크롬북은 외모는 노트북과 다를 게 없다. 다른 점은 하드디스크가 없고 탑재된 OS도 모바일에 특화돼 매우 가볍다는 점이다. 여기서 가볍다는 뜻은 부팅 속도, 앱 구동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배터리 용량도 길어졌다. 기능성 면에서는 태블릿PC에 가깝다.

크롬북은 무거운 하드디스크 대신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에 파일을 저장한다. 윈도 전용 프로그램을 쓸 수 없다는 게 한계지만 문서 편집 작성 등을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크롬 자체도 모바일기기와 인터넷에 특화된 OS로 기존 윈도가 갖고 있던 자질구레한 기능을 덜어냈다. 소프트웨어는 공짜나 다름없고 하드웨어도 꼭 필요한 부분만 넣다보니 가격이 싸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크롬북 가격은 20만~30만원이다. 왠만한 태블릿PC보다 싸다. 키보드까지 장착돼 문서 작성이 많은 작가나 기자들에게 인기다.

이런 편리함 덕에 크롬북 성장세는 가파라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크롬북의 예상 판매 대수는 520만대다. 전년대비 78% 늘어난 수치다.

크롬북을 만드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휴렛팩커드(HP), 레노버 등이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크롬북 판매 전세계 1위를 달렸다.

가격이 싸고 크롬용 앱 외에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깔기도 어려우니 교육용으로 크롬북이 쓰이고 있다. 미국 초중고 학교에서는 크롬북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에서 판매된 비율이 전체의 85%인데 대부분이 학습용으로 구매한 물량이다.

영국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크롬북이 새로운 넷북으로 환영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넷북 단점으로 지적되던 무거운 OS가 가벼운 크롬으로 바뀌었고 구글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으니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사용자들을 더 끌어들인다면 태블릿PC나 윈도 기반 노트북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 가트너는 크롬북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7년까지 1440만대가 팔린다고 전망했다.

소프트웨어에 이어 하드웨어까지 접수하겠다는 구글의 야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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