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 임직원들이 지난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수그러들기만 했던 자신감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자사의 혁신제품인 벽걸이 세탁기 미니가 크게 히트하면서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조직 전체에 확산되고 있는 것.
대우일렉 내에서는 “기존 세탁기와는 차원이 다른 역발상이 낳은 가장 혁신적인 히트 제품”이라며 미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경철 대우일렉 세탁기 해외영업담당은 7일 미니를 “대우일렉의 부활을 상징하는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담당은 “러시아의 엘도라도, 스페인의 엘 꼬르떼 등 현지 유력 유통업체들이 미니를 보고 다른 제품도 함께 입점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해외 분위기를 전했다.
대우일렉은 미니 성공신화의 기세를 몰아 회사를 제 2도약으로 이끈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이달말 동부가 인수를 마무리 하게 되면 대우일렉은 그야말로 ‘날개 단 호랑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그룹이 이번에 대우일렉을 인수하게 된 것도 미니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워크아웃 중에서도 미니같은 혁신적 제품을 만들 저력을 가진 업체라면 인수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미니는 대우일렉에게 14년째 끌어온 워크아웃 족쇄를 풀어준 해결사이자, 직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준 은인과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 대우 웨이(Way)를 시작하게 만든 기폭제
이 회사가 미니를 지난해 5월 출시한 이후 대우일렉만의 혁신적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하려는 회사문화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회사 관계자는 “상상하던 제품을 시장에 출시, 히트를 시키고 나니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며 “이는 회사가 제2 도약을 하는 데 커다란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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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걸이 세탁기 시장에 다른 가전 업체들이 진입해 시장을 키웠으면 좋겠다”. 이제 대우일렉은 경쟁사의 시장 진입에 개의치 않고 김치 냉장고처럼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대우일렉은 미니와 관련해 국내외에 92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벽에 거는 세탁기 기술에 관해서는 세계에서 독보적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5월 출시한 후 3개월 만에 1만대, 9개월만에 3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3kg 소형에 벽에 거는 특수한 형태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다. 세탁기 모델만 50여개를 운영하는 이 회사 세탁기매출에서 미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어섰다. 틈새 시장용이 메이저 모델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것.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전자전(KES 쇼)에서는 출품하지 않았는데도 유일하게 가전제품 중에서 KES 혁신상을 받았을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 역발상이 히트 혁신상품 탄생 배경
이 모든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등장한 해결책이 세탁기를 벽에 거는 것이었다. 초기 벽걸이 세탁기에 대해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벽에 거는 세탁기의 진동소음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사내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김경학 세탁기연구소장은 이때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을 잠재우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 세탁기를 개발해보자”며 연구원들을 독려했다. 이후 2년 반의 시행 착오를 거쳐 마침내 세탁기 역사 160년만에 벽걸이 세탁기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됐다.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혁신제품
현재 2개 모델인 미니를 올 상반기내 5개 모델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더욱 혁신적 기능까지 더한 2~3모델을 추가해 모두 10여개 모델로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는 미니가 모델 수에서도 명실상부하게 주력 핵심모델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판매량은 국내 10만대, 해외 10만대 등 모두 2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대우일렉의 세탁기 전체 매출에서 벽걸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초과한다.
수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서 상반기 중 프랑스 스페인 페루 칠레 일본 러시아 등 모두 30여개 국가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미니를 대우일렉을 상징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라며 “이 제품에서 비롯된 혁신과 창조문화가 다른 제품분야에도 착근할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