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가장 큰 숙제인 전산센터 이전 작업이 난항에 빠졌다. 서울시가 전산센터 건물 용도를 놓고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발목을 잡고 나섰기 때문. 농협의 전산센터 구축은 그룹 수익성 창출은 물론 농민 지원과도 직결된 문제여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22일 “서울시가 전산센터가 들어가는 건물의 용도와 관련해 여러 법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다른 장소를 알아봐야 하지 않나 싶고, 따라서 전산센터 이전은 계획보다 더 늦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 ▲ 자료 : 각 기관 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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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농협 양곡유통센터 부지에 새 전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었다. 현재 2550평대 건물의 용적률을 늘려 2만 7700평대로 넓히고 1층은 양곡유통센터로, 2층은 전산센터로 쓸 계획이었다.
양곡유통센터 부지는 ‘집배송시설’ 용도다. 유통산업발전법상의 집배송시설이란 ‘상품의 재고관리·수송·보관 등을 유기적으로 조정·지원하는 정보처리활동에 직접 사용되는 시설’로 정의돼 있어, 지식경제부는 농협의 전산센터도 이 같은 정보처리활동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농협은 지난해 6월부터 이를 근거로 서초구청과 서울시 등 행정청에 전산센터 구축 인허가 요청서를 내밀었던 것이다.
서초구청은 농협의 이 같은 계획안을 승인했지만, 서울시의 심사에서 막혔다. 서울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집배송시설’이라는 건물 용도 자체가 지난 2004년 법 개정 이후 사라져 이에 따른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집배송시설’ 근거가 있지만 이를 근거로 하더라도 용적률을 늘려주는 것은 특정 회사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농협의 안을 허가하지 않았다.
특히 양재동은 지난해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인허가권과 관련,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시행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로비를 벌이는 등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서울시 공무원 입장에선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은 그러나 농어민 지원을 목적으로 들어서는 전산시설이 특정 회사의 이윤을 위한 특혜 논란으로 인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서울시가 농협의 전산센터 이전 계획을 인허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다른 부지를 찾아보거나 건물 용도를 바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 이렇게 되면 적어도 2년은 더 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