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역'의 벽을 넘지 못한 특검

  • 등록 2012-11-15 오전 7:00:00

    수정 2012-11-15 오전 7:00:00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했던 특별검사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부지매입 관련자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매입 당사자였던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에 대해서는 편법증여에 따른 세금포탈 혐의로 국세청에 통보했을 뿐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다.

청와대는 편법증여로 결론내린 특검 발표에 유감을 표시하며 사저부지도 국가에 매각돼 국고의 손실없이 원상회복이 이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지매입과정에서 국가에 9억7000여만원의 손해를 끼쳤고 용도도 없는 땅을 정부가 예비비까지 투입해 대신 사준 마당에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을 수긍할 국민은 많지 않다.

이번 특검은 ‘봐주기 수사’로 낙인 찍혔던 검찰 수사결과를 뒤엎고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자녀를 소환조사 하는 등 여러 성과를 남겼으나 우리 사회에 여전히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성역’이 존재하는 한계도 함께 보여줬다.

매입을 맡았던 경호처 압수수색에 대해 청와대는 ‘군사상·공무상의 비밀’을 이유로 거부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통령 일가가 공무원을 동원해 사적(私的)인 이득을 취하려 했는지를 밝히려는 수사목적과 해당기관의 비밀유지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한 것도 상식을 벗어났다.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의혹이고 부실한 검찰 수사라는 비판때문에 시작된 특검이란 걸 충분히 감안했어야 했다. 청와대의 말대로 불법 행위가 없었고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옳았다.

어제 수사결과 발표때 밝혔듯이 이번 특검의 수사기간은 30일로 역사상 가장 짧았다. 더구나 수사 대상자들은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부실한 자료 제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이유를 대며 수사연장을 거부했으니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킨 셈이 됐다.

시형씨 큰아버지인 이상은씨가 빌려줬다는 6억원의 출처나 차용증 원본 파일 행방을 밝혀내지 못한 채 종료된 이번 특검은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미완’으로 남았다. 이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것이고 다음 정부에서도 재수사 압박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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