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유럽 바퀴벌레는 몇마리?

  • 등록 2010-11-30 오전 6:32:19

    수정 2010-11-30 오전 6:32:19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는 29일(현지시간) 또 다시 하락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됐다.

제이 서스킨드 던컨윌리엄스 선임 부사장은 이른바 바퀴벌레 이론으로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설명했다.

서스킨드는 "바퀴벌레는 절대로 한 마리만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집 안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됐다는 것은 다른 여러 마리가 숨어있다는 것. 유로존의 재정위기도 한 국가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그는 이어 "시장에는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공포가 있으며,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모든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 윌리엄 스톤 PNC자산운용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럽의 위기가 다른 튼튼한 국가들의 경제를 저해하고 유로화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 이슈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크로울리 뱅크오브아일랜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주목하고 있다"며 "시장은 다음 차례가 어느 나라일 지를 걱정하며 침착성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블랙프라이데이 유통업체들의 매출 증가 호재가 유럽 위기 악재에 묻힌 점을 안타까워 했다.

티모시 그리스키 솔라리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홀리데이 시즌 유통업체들의 매출 통계는 매우 좋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던컨윌리엄스의 서스킨드는 "유럽 문제가 없었더라면 주식시장은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호조 소식에 강세를 나타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유럽과 한반도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연말을 맞아 수익률 현금화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주식시장은 당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니노 지메니즈 브린슨패트릭 선임 부사장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은 그동안의 수익률을 현금화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미실현 손실보다 실현 이익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림탭스는 보고서에서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 남북한의 긴장 고조, 미국 내부자거래 조사 등은 투자자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며 주식시장에 대해 `중립`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날 다우 지수가 장 중 1만1000포인트를 밑돌다 장 막판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낙폭을 축소한 점은 희망적인 신호로 해석됐다.

존 카타 이스턴투자자문 CIO는 "하루종일 실망스러웠던 주식시장이 장 후반 탄력을 보여줬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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