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랠리에 묻는다.."정말 악재는 없나?"

5가지 부담요인…`호재와 줄다리기` 예상
  • 등록 2009-05-10 오전 10:11:00

    수정 2009-05-10 오전 10:11:00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위로 올라가려는 주식시장의 관성이 강력하다. 코스피지수는 어느새 1410선까지 넘어서며 랠리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렇다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고 더이상 악재가 악재로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시장 유동성은 아주 좋다. 미국쪽 경제지표는 더 좋아질 여지가 충분하다.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나 부실자산처리계획 등 뉴스플로우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들 호재와 맞설 잠재적인 악재는 없는 것일까? 증시랠리 속에서도 우리가 짚고 가야할 대목은 무엇일까?

◇ "가격 자체가 부담스럽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악재는 주식의 가격수준 그 자체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 현재 일본을 제외한 MSCI아시아지수는 12개월 추정 PE(주가수익배율)대비 15.8배 수준이다. 장기평균이 14.5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비싼 편이다.

다만 강세장의 초기에는 주가가 오르는 반면 기업들의 이익은 바닥권에 있기 때문에 PE가 항상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현 단계에서 밸류에이션을 따질 땐 PE보다 PB(주가순자산비율)가 더 유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PB 기준으로도 비쌀까? 역시 답은 "그렇다"다.

MSCI아시아지수의 PB는 지난해 10월 역사적 저점수준인 1.1배까지 떨어진 뒤 바닥을 찍고 현재 1.8배까지 올라왔다. PB 장기평균은 2.0배이고 지난 2002년과 2004년 첫 반등 이후 시장 고점은 1.7~1.9배 수준이었다. 외환위기가 끝나고 2007년 첫 미니버블이 나타나기 전인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평균 PB도 1.7배였다.
 
이를 종합해보면 아시아증시의 PB 적정수준은 1.7~2.0배라는 얘기가 된다. 현 지수는 이미 이 범위에 들어가 있다. PB를 가장 높게 쳐줘서 2.0배까지 오른다 해도 지수 기준으로는 11% 정도 추가 상승여력이 남아있을 뿐이다.

특히 한국증시는 현재 PBR이 1.3배로, 장기평균인 1.2배보다 더 높다. 또 지난 2002~2006년중 평균인 1.3배와 같은 수준까지 와있다.

◇ "이익상향 할만큼 했다"

보수적인 전망을 버리지 않는 애널리스트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높이고 투자의견을 높이는 것도 강세장을 알리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지난 몇주일간을 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기업들의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렸다.

톰슨IBE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5%였던 아시아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올 3월말에 -11%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그러다 최근 몇주일간 이는 -8%까지 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특히 대만의 이익 전망치는 -59%에서 -49%로, 중국의 전망치는 +2%에서 +5%로 빠르게 올라왔다. 이처럼 기업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것은 지난 2007년 여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또 하나 민감한 지표인 애널리스트들의 개별기업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과 하향 조정 비율을 보면 지난해 11월 13:87로 하향 조정 사례가 일방적으로 높았었다. 그러나 경기 바닥론이 힘을 얻으면서 올 4월에는 43:57로 거의 대등해졌다.

아시아 증시가 이전에 바닥까지 치고 내려갔던 지난 1998년과 2001년 경우 지수 반등과정에서 이 비율이 덩달아 올랐고 60:40이 정점이었다.

지금처럼 경제 펀더멘탈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애널리스트들도 기업이익에 이를 반영하려할 것이다. 상향 대 하향 비율은 이달말쯤 되면 정점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익 상향조정에 따른 서프라이즈 효과도 어느덧 끝을 향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블루칩 매물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랠리가 끝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은 블루칩 주가가 하락하면서 반대로 소형주들이 오름세를 타는 모습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블루칩들은 랠리 초기에 상승세를 주도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밸류에이션 부담을 먼저 느낄 것이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들 종목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려고 할 것이다.

아시아권 주요 증시를 보면 2월말부터 3월초까지 랠리를 주도해온 블루칩들이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시장의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대만의 TSMC, 홍콩의 허치슨텔레콤 등이 대표적 예다.

이와 대조적으로 랠리 초기에 동반 상승하지 못했던 종목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중소형주들이다.

또 이제 주가가 오르지 않은 종목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MSCI아시아지수 편입종목 526개 가운데 랠리 출발점인 지난 3월3일보다 현재 주가가 높지 않은 종목은 단 17개뿐이다.

◇ "경제지표가 주춤거린다"

무엇보다 이번 랠리의 가장 큰 원동력은 전세계적인 거시경제 데이타들이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중 일부 지표들의 오름세가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거시경제 지표 반등이 나타났던 나라다. 그런 점에서 중국경제 지표는 이런 변화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실제 중국의 항만 컨테이너처리량은 올 1월부터 반등세를 이어가다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13%로 다시 악화됐다. 3월에는 -8%였다.

중국내 산업활동을 가늠케 하는 전력생산량 지표도 작년말 -7.8%에서 바닥을 찍고 지난 3월 -2.2%까지 가파르게 반등했지만, 4월에는 -2.4%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또 최종 데이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기업들의 수출동향을 보여주는 신용장 개설 수요도 4월 들어 하락 반전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 정도 지표들만으로 거시경제가 재차 악화추세로 돌아선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모멘텀 자체는 한풀 꺾일 수 밖에 없다. 거시경제 지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 필요한 이유다.

◇ "외국인 단기간에 많이 샀다"

사실 이번 랠리 초기까지만해도 외국인들은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지 못했었다. 3월말까지도 해외펀드들의 현금비중이 아주 높았고 그나마 보유한 주식도 방어주에 치중해 있었다.

그러나 이는 3월말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과 대만, 한국증시를 보면 초기랠리를 이끌었던 기관투자가들이 매도로 돌아설 때 외국인들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담았다.

최근 6주일간 외국인 자금은 대만 증시에서 53억달러 어치 주식을 샀고, 한국에서는 42억달러, 인도에서는 22억달러에 이르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아시아 이머징시장에서 128억달러를 쏜 셈이다.

물론 지난 2007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외국인들이 아시아증시에서 순매도했던 금액이 910억달러나 되는 만큼 이 정도 매수규모를 많다고 볼 순 없겠다.

다만 절대적인 순매수규모 자체가 큰 것은 분명하다. 4월 한 달간 84억달러 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 1996년 이후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최대 순매수는 2005년 12월에 기록했던 87억달러였다.

외국인이 아시아 주식을 더 살 수 있는 상황은 여전히 좋은 편이지만, 앞으로도 이 정도 속도로 주식을 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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