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2년 최저`..국유화 논란속 R우려 고조

금융주 혼조..美 `민간 은행 시스템 유지` 재확인..국유화 우려 여전
HP·인텔 등 기술주 하락..R 심화→실적 악화 우려
  • 등록 2009-02-24 오전 7:06:06

    수정 2009-02-24 오후 10:04:17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23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마쳤다.

주요 지수는 일제히 3% 넘게 떨어졌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지난 1997년 이후 12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은행 국유화 공포가 희석되면서 상승세로 출발한 뉴욕 증시는 글로벌 경기후퇴(recession) 심화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개장 직후 하락권으로 투항했다. 이후 은행들의 국유화 우려마저 진정되지 않으면서 줄곧 낙폭을 키워 일일 최저점 수준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의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휴렛패커드(HP)와 인텔 등 기술주와 상품주는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낙폭이 두드러졌다. 경기후퇴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모간스탠리의 보고서가 악재로 작용했다.

한편 미국 금융당국은 오는 25일부터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작하고, 테스트 이후에 자금 지원이 필요하거나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은행들에 추가적인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규제하의 민간 은행 시스템이 최선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국유화 논란 진화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부실이 심각한 일부 은행들의 사실상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7114.78로 전일대비 250.89포인트(3.41%) 하락, 7200선을 깨고 내려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87.72로 53.51포인트(3.71%)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743.33으로 26.72포인트(3.47%) 밀려났다.

국제 유가는 경기후퇴 심화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1.59달러 내린 38.44달러로 마감했다.

◇美 `민간 은행 시스템 유지` 재확인..국유화 우려 여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저축은행감독청(OTS)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는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들로 하여금 자본과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금융위기를 헤쳐나가는 동안 은행시스템을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에 자금 지원이 필요하거나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은행들에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금 지원은 `오직 필요한 경우에만`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의무전환 우선주` 매입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밝혔다.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거나 주택가격이 20%씩 폭락하는 등의 불황과 같은 상황에서 은행들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가늠해 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오는 25일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현재 필요 자본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 환경이 더욱 악화됐을 경우 금융기관들이 주어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경제 회복을 지원하는데 있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 판단해보기 위해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민간 은행 시스템이 최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규제하의 민간 은행 시스템이 최선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앞서 지난 주말에도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의 `대형은행들의 단기간 국유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진화하기 위해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이 이처럼 민간 은행 시스템에 대한 지지를 재차 표명한 것은 정부가 씨티은행의 지분을 40% 끌어올리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인데다 25일부터 `스트레스 테스트`가 시작되면서 국유화 논란이 진정되지 않자 이를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부실이 심각한 일부 은행들의 사실상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주 혼조..씨티·BOA 상승

금융주가 국유화 논란 속에 혼조세로 마쳤다.

지난주말 국유화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었던 씨티그룹(C)이 9.7%, BOA(BAC)가 3.2% 각각 올랐다. 반면 JP모간체이스(JPM)와 골드막삭스(GS)는 2%, 5.3% 내렸다.
 
WSJ은 씨티가 미국 정부측과 정부의 씨티 보유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 경영진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손실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지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정부가 보유한 45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7.8%. 씨티 경영진은 현재 정부 지분을 25%까지 늘리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으나 지분은 최대 40%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씨티의 대주주는 정부가 되고, 정부는 원하는 대로 씨티를 구조조정, 건전화시킬 수 있게 된다.

반면 BOA는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없다고 밝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BOA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자본과 유동성이 풍부하고, 수익성이 견조하며, 대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은행이 국유화 고려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술·상품주 약세..HP·인텔 하락

반면 기술주와 상품주가 약세를 나타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휴렛패커드(HPQ)가 6.3%, 인텔(INTC)이 5.5% 각각 내렸다. 뉴몬트마이닝(NEM)과 프리포트-맥모란코퍼&골드(FCX)도 3.1%, 8.5% 떨어졌다.

모간스탠리의 제이슨 토드 애널리스트는 이날 글로벌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기술주와 상품주에 대한 `비중축소(underweight)` 의견을 유지했다.

토드는 "글로벌 경기하강과 금융시장의 불안, 수익 급감, 낮은 현금 유동성 등의 요인이 기업들의 자본 지출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포드(F)가 9.5% 급등했다.

포드는 이날 자동차 `빅3` 가운데 처음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로부터 `퇴직자의료보험기금(VEBA)`에 대한 회사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양보를 얻어냈다. UAW는 성명서를 통해 "UAW와 포드가 VEBA를 개정하는데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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