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아침을 깨우는 한국인 앵커우먼

싱가포르 최대뉴스채널 간판앵커 수전 정
싱가포르에서 초·중·고… 대학은 한국에서
“힘든 일도, 해보지 않은 일도 무조건 ‘예스’
용기·외국어란 무기만 있으면 해외서도 성공”
  • 등록 2008-01-01 오전 9:37:37

    수정 2008-01-01 오전 9:37:37

[조선일보 제공] “The number one is ‘Environmental issues’(1위는 ‘환경 문제’입니다).”

31일 아침 6시30분. 싱가포르 최대 뉴스채널 ‘채널뉴스아시아(CNA)’의 간판 프로그램인 ‘프라임타임 모닝뉴스’는 2007년 세계 Top 10 뉴스를 발표했다. 지진으로 초토화된 인도네시아의 모습과 벌겋게 불타 오르는 캘리포니아 산불 현장이 앵커의 해설과 함께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난 5년간 이 프로그램을 시청률 1위로 이끌어온 한국인 수전 정(본명 정세은·31)씨.

연세대를 졸업한 한국의 신세대 여성이 동남아 강국, 싱가포르에서 ‘최장수(最長壽) 간판 앵커’로서 송년 프로그램을 맡은 것이다.

◆“힘든 것도 복이에요.”

정씨가 맡고 있는 ‘프라임타임 모닝뉴스’는 남녀 앵커가 소파에 앉아 인터뷰, 기획 뉴스 등 다양한 형태의 코너를 진행하는 4시간짜리 ‘버라이어티 뉴스’다. 그는 2003년부터 이 프로그램으로 중국·싱가포르 등 동남아 1800만 시청자들의 아침을 열고 있다.

정씨는 준비된 대본을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터뷰 대상자 선정과 섭외, 코너 기획, 기사 작성에서 편집까지, 뉴스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만능 방송인’이다.

방송을 진행한 지 2년이 됐을 때 정씨는 처음으로 팀장에게 “다른 프로그램 진행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몸도 힘들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팀장은 “딱 3년만 더 하고 그때 바꿔주겠다”고 정씨를 설득했다.

작년에 약속한 5년이 되자 회사는 정씨에게 “오랫동안 고생했으니 30분짜리 저녁뉴스 진행으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씨가 “아침뉴스를 못하게 하면 회사를 관둬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교민들이 저 때문에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실 땐,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복(福)’을 제 발로 찰 순 없었죠.”

◆“도전하면 꿈은 이뤄집니다”

정씨는 영어와 중국어가 유창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 정영수(진맥스엔터플라이즈 대표·61)씨를 따라 홍콩에서 6년을 보내고 싱가포르에서 초·중·고를 마친 덕분이다. 그 후 정씨는 한국에 다시 돌아와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아리랑 TV’에 입사해 2년간 기자, 앵커, 기상캐스터로 일했다.

일을 하면서도 항상 ‘좀 더 큰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느끼던 정씨는, 개국(1999년) 4년 만에 아시아의 ‘CNN’으로 발돋움한 뉴스 전문 방송사 ‘CNA’에 이끌려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다. “시켜만 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다리던 답이 온 것은 두 달 후. “한번 면접을 보자”는 제안에 한달음에 달려갔고, 2003년 1월 입사했다.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힘든 일에도 ‘예스’, 해보지 않은 일도 ‘예스’라고 했죠. 5년 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씨는 “용기와 외국어라는 무기만 있으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외 어디서든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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