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취재원 조사 심해졌다

불리한 내용 보도땐 통화 내역 조회
공무원들, 유출자로 몰릴까봐 몸조심
  • 등록 2007-06-06 오전 9:34:51

    수정 2007-06-06 오전 9:34:51

[조선일보 제공]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나 민감한 사안을 보도할 경우 기자가 어디서 취재했는지 캐는 뒷조사가 늘고 있다.

과거 정부도 기사 출처를 조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횟수가 빈번해지고 전화 통화 내역 조회 등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지적이다.

◆ 숨기던 사실 알려지면 조사

조선일보가 지난달 청와대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는 북한 자금 2500만달러를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중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하자 정부는 곧바로 유출자 색출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수출입은행이 BDA 자금에 손대면 수출입은행의 대외적인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인데도 정부는 이를 쉬쉬하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출처 조사를 벌인 것이다.

지난해 4월 조선일보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뒷조사를 했다. 당시 대검찰청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수사 중단을 하더라도 영장 유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말했고 실제 취재원 뒷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원 뒷조사는 기자와 공무원들의 통화 내역 조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화일보는 2005년 국가정보원 간부들의 비리를 보도하자 국정원이 기자들의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통화 내역을 수개월간 조회했다고 보도했다.

2004년 2월에도 국정원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부 사이의 갈등을 취재 보도한 특정 기자의 통화 기록을 조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취재원 뒷조사는 특히 외교·안보 관련 내용이나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기사를 쓸 경우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는 “좀 민감하다 싶은 내용이 나오면 어김없이 유출자 색출 소동을 벌인다고 보면 된다”며 “부처 자체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파장이 크면 청와대 국정상황실, 공직기강비서실, 민정수석실이나 총리실이 주도한다”고 말했다.

◆ 면담기록 남기게 되면 공직자는 기자 기피

이미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들은 ‘보안 조사’에 걸릴까봐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유출자 조사를 하면 보도시점 전후에 해당 기자와 통화만 했어도 의심을 받고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내놓은 취재 통제 조치(공무원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보관실을 통해 사전 약속을 하고 전자출입증을 갖고 사무실을 방문해 만나라)가 시행될 경우 공직자들은 기자를 만나는 것 자체를 기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처음부터 취재가 불가능해질 것이 뻔하다.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는 2005년 취재원 보호를 위해 증언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85일간 수감됐다. 이처럼 취재원 보호는 기자들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인데 한국에서는 이제 취재원과 통화하면 통화 내역 조회로, 만나서 취재하면 전자출입증 검색으로 취재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장님 제가 해냈어요!"
  • 아찔한 눈맞춤
  • 한강, 첫 공식석상
  • 박주현 '복근 여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